국제 국제일반

아시아 국가들 '통화 방어' 비상

달러강세에 맞서 금리인상·환시장 개입 잇달아<br>印은 기준금리·지준율 0.5%P씩 전격인상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외환시장에 직접개입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 물론 인도ㆍ베트남ㆍ태국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고유가ㆍ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 적자가 가중되며 통화가치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는데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본 이탈(capital flight)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25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0.5%포인트씩 인상하는 강력한 통화긴축에 나섰다. RBI는 앞서 지난 11일에도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7.75%에서 8%로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조만간 또 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인도 RBI가 강도 높은 통화 긴축정책을 단행한 것은 5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13년 만에 최고치인 11.05%로 급등한데다 최근 들어 현지 통화인 루피가 최근 들어 급격하게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브릭스(BRICs) 국가의 통화가운데 유일하게 인도 루피만 8.3% 하락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자 아시아 국가들의 환시장 개입 및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긴축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달러 등 해외통화 대비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해외 수입물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1992~1995년 인도 재무부 정책고문을 지낸 자지브 쿠마는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통화긴축정책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며 “이 영향으로 성장률은 오는 2010년까지 6.5%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면 RBI가 가까운 시기에 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에서 달러 강세 지지발언이 나온 후 아시아 각국 통화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시장 개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환시장 개입에 나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를 0.5%포인트가량 회복시켰지만 여전히 달러화에 대한 하락폭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1997년 아시아 외환시장의 위기를 촉발시킨 태국 밧화의 경우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11% 급락했으며 원화는 9.4% 하락했다. 아시아 각국은 금리인상 또는 환시장 개입이라는 두 가지 통화긴축정책으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FT는 “24일 한국 외환시장 당국은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에 나섰다”며 “이는 고유가로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평가절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FT는 국제유가 및 식료품 가격 상승이 기록적인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통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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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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