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문제 해결을최근 부즈 앨렌의 한국보고서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진단하고 있으면서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식창출의 전망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40여년간 지식산업인 엔지니어링 기술업무를 수행한 필자도 그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지식창출」, 「지식격차」라는 표현을 「엔지니어링 기술능력 부족」이라고 대체하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은 엔지니어링을 「과학기술의 지식을 응용하여 사업 및 시설물에 관한 기획·타당성조사·설계·분석·구매·조달·시험·감리·시운전·평가·자문·지도·시설물의 검사·유지·보수와 그 활동에 대한 사업관리를 말한다 」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 엔지니어링진흥협회(ENAA)가 발간한 용어사전에는 「여러분야에 걸친 인간의 지혜를 결집·통합하여 일정한 과제를 달성하는 과학기술적인 활동으로서 과학의 원리 그 자체보다 과학을 실용화하여 인간의 편익을 도모하는 기술」로 기술과 경제성이 표괄된 광범위한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은 연구개발과의 관계에서 기초과학응용과학R&D엔지니어링산업으로 연계된다. 엔지니어링은 과학과 기술을 산업과 연결시키며, 관련업체들은 사업자, 연구·개발자, 생산·건설업체들 중간에서 실용성, 안전성, 경제적으로 가장 적합한 사업 및 시설물을 창조하게 된다.
엔지니어링 수출은 기자재와 건설수출의 선도적 역할을 하게되며, 수입은 외국의 기자재와 관련기술을 수입하게 된다. 엔지니어링산업은 지식산업이며 경험기술이다. 부존자원은 없으나 그래도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적합한 산업이다.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은 60년대초 경제개발 5개년계획 수행과 함께 생성돼 73년 기술용역육성법의 제정으로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매년 15∼20%씩 성장하면서 현재는 1천73개 업체가 활동하고 잇다. 지난해 엔지니어링은 국내 총 생산액의 0.7%를 차지했다. 엔지니어링의 핵심기술이며 고부가치기술인 기본설계나 사업관리 능력은 선진국의 30∼60% 수준에 불과하고 그동안 고학력·저임금을 바탕으로 상세설계나 기자재조달 등에서는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 국내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과 중국, 태국, 필립핀 등 후직국들의 추격으로 상세설계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엔지니어링 사업에서는 관련분야의 기술사를 많이 보유한 회사가 대부분의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술사 배출수는 극히 부족하여 건설부문 5백53개 신고업체 가운데 기술사가 한명도 없는 업체가 2백38개나 된다. 분야별로는 더욱 심해 신고된 2천5백80개 분야중 60%인 1천5백48개 분야에서 기술사 없이 토목시설물의 조사·설계를 함으로써 시설물의 부실설계가 극히 우려되고 있다. 업체간에 기술사 스카웃이 심해 대학졸업후 57년만에 기술사자격을 획득할 경우 연간 7천만원 내지 1억원을 지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00년까지만이라도 부족한 분야의 기술사를 수요에 따라 배출하는 재출정원제를 채택하고, 적정한 기사가 배출되기 전까지 과다한 기술사 보유여부로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하는 현 관행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출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등에 따라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업체들도 세계속에서의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국내시장에 선진외국회사의 진입도 늘어나고 있고, 해외진출은 개발도상국들이 건설자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부즈앨런은 기술격차를 기능적 지식, 경영지식, 다국적 지식으로 구분해 가치창출로 연결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말은 우리의 엔지니어링산업이 발전할 때 지식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엔지니어링 산업발전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