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임단협 협상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가 여름 휴가를 앞두고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타결지은 반면 해마다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 온 자동차 업계는 노사간의 의견차이만 확인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휴가에 들어갔다.
현대미포, 12년연속 무분규 타결
대우조선해양·현대重도 잠정합의
업계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28일 울산 본사 한우리회관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58.8%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현대미포조선은 12년 연속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 기록을 세웠다. 이달 말부터 휴가에 돌입하는 임직원들은 기존 휴가비(50만원 일괄지급) 보다 많은 통상임금의 50%를 여름휴가비로 챙겨갈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기본금 10만804원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노사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60%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무분규 타결로 조선업계 최장인 18년 연속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이번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로 150만원의 여름 휴가비를 받게 돼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23일 임금 9만8,800원 인상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노사 잠정합의안을 찬성 64.2%로 가결시켜 14년 연속 무분규의 기록을 세웠다. 노사는 기존 중복휴일(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치면 익일 휴무)를 폐지하는 대신 여름휴가를 5일에서 9일로 늘렸으며, 휴가비도 기존 50만원에서 통상임금의 50%로 인상키로 했다.
반면 자동차 업체들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현대자동차 지부는 노조측이 산별 중앙교섭만 고집하는 바람에 2개월 동안 변변한 임금교섭도 못해보고 결국 25일부터 8월3일까지 10일동안 휴가에 들어갔다. 때문에 현대차 조합원들은 여름 휴가비 30만원에 통상임금의 50%만 지급받아 ‘썰렁한’ 휴가를 맞았다. 단체협상에 따른 휴가전 타결 지원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교섭 고집 두달째 제자리걸음
여름휴가 이후로 협상 다시 연기
기아차 역시 사측의 중앙교섭 불참 입장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하계 휴가 이후로 협상을 연기했다. 노조측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휴가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또다시 밀고 나가면 반드시 성과가 다가 올 것”이라며 ‘재충전 후 투쟁’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는 최근 노조측이 천홍 중국 상하이차그룹 총재와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마찰이 커지고 있다. 노조측은 그룹차원의 지원방안을 촉구하며 집행부 철야농성까지 벌였다. 사측이 중앙교섭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상대적으로 협상이 순탄한 듯 보인 GM대우도 휴가 전 타결을 위해 협상에 속도를 냈으나 일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다음 달 초에나 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