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로봇시장을 선점하라] <5·끝> 일본 로봇기업에서 배운다

고령화 대비 서비스로봇 개발 박차<br>후지쯔, 안내·운반 가능 '에논' 상용화 추진<br>연구 지원용 인간형로봇 '홉'시리즈도 출시<br>마쓰시타선 네비게이션 기능 청소로봇 선봬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HRP-2’ 힘의 강약을 조절해 북을 칠 수 있는 로봇이다.

후지쯔 직원들이 서비스 로봇 ‘에논’의 기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후지쯔가 선보인 연구개발 지원 로봇 '홉3'

지난 1일 일본 지바현 아치요시에 있는 한 쇼핑센터에 산뜻한 디자인의 로봇 종업원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도 로봇 종업원이 일반 상용시설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논(ENON)’이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회사인 후지쯔가 실제 판매를 목표로 야심차게 내놓은 것이다. 가격은 무려 600만엔(한화 5,250만원=본체 기준, 소프트웨어는 별도)이나 한다. 130㎝의 키에 몸체 바닥에 달린 바퀴로 시속 3㎞ 속도로 움직이는 에논은 카메라와 센서ㆍ음성인식 등을 통해 길 안내, 10㎏ 이하의 물건 운반, 모니터를 통한 정보제공, 순찰 등의 업무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시시도 도쿠이치 후지쯔프론티어㈜ 기계사업부장은 “회사(후지쯔)에서는 일본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점점 편리함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서비스 로봇이 유용한 도구로 사용돼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품인 로봇산업의 특성상 후지쯔가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에논의 출시시기와 판매 규모는 정확히 제시하지는 못했다. 아직은 소비자의 호응을 확실히 믿을 수 없고 또 기술적으로나 안전성 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란다. 현재 필드테스트를 통해 문제점을 점검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시시도 부장은 “아직은 모르지만 로봇은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후지쯔 외에도) 많은 회사가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지쯔가 보유하고 있는 로봇은 에논 이외에도 인간형 로봇인 ‘홉’(HOAP) 시리즈가 있다. 현재 ‘홉3’까지 출시가 됐는 데 일반 시판용은 아니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개발 지원용이다. 지능형 로봇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뽐내는 것은 아시모의 혼다자동차 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가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시도 부장의 설명이다. 일본 로봇산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최강의 기술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이다. 일본로봇공업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로봇생산액은 지난해에 비해 7%가 늘어난 6,300억엔으로 추산된다. 이는 자동차 및 공작기계에 소요되는 산업용 로봇의 생산이 늘어난 덕분으로 경기활황에 대한 관련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생산액도 지난 2000년 연간 6,475억엔의 사상 최대치에는 미치지 못해 성장세가 한계를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서비스로봇 등 비(非)산업용 로봇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일본로봇공업회는 2010년이면 일본의 로봇생산이 최대 3조엔에 이를 것으로 기대 많이 섞인 전망을 하고 있는 데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로봇의 성장이 필수적인 셈이다. 일본 정부의 위탁으로 국가 로봇산업을 총괄 기획ㆍ관리하는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는 지능형 서비스로봇을 최근 ‘차세대 로봇’으로 선정하고 민간기업ㆍ대학ㆍ공공연구소 등과 함께 실용화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EDO에 의해 차세대 로봇으로 선정된 5 가지는 ▦청소로봇 ▦안내로봇 ▦경비로봇 ▦보육(Childcare)로봇 ▦지능형 자율주행의자(車椅子) 등이다. 특히 전자ㆍ기계 관련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차세대 사업으로 로봇산업을 선정하고 진출하고 있는 게 주목된다. 최근 야외 청소로봇인 스위피(suippi)를 선보인 마쓰시타전기㈜의 기타노 유키히코 휴먼로봇기술개발그룹장은 “스위피는 네비게이션시스템 등 마쓰시타의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이라며 “향후 시장이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선정한 차세대 로봇은 한국과는 달리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개인용 청소로봇에 생산을 몰두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실제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야외 청소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보육로봇도 개별 가정용이라기 보다는 유아원 등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질 것에 대비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로봇개발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일본의 서비스 산업의 앞길이 밝지 만은 않다.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특성상 일정 정도의 지능을 확보해야 하고 소비자의 호응을 받아야 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소비자와 직접 상대하는 특성상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각 기업이 여러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대박’을 터뜨린 상품은 아직 없는 셈이다. 기타노 그룹장은 “서비스로봇은 기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아직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니도 판매부진 등으로 인해 아이보(강아지로봇) 사업을 거의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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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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