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와차한잔/경영철학] '선택과 집중'통한 차별화

손영석 사장은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외국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그는 국내 대학을 나온 학사 출신이며 경영학도 아닌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또 외국거주 경험도 전혀 없다. 요즘 CEO의 자격증처럼 인식되고 있는 MBA 졸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손 사장은 IMF가 일어나던 지난 97년에 TI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은 뒤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손 사장의 경영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평소 ▲ 차별화 ▲ 개방화 ▲ 합리주의 ▲ 권위주의 탈피를 경영철학으로 지키고 있다. 차별화는 고객이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를 집중 육성, 불필요한 경쟁과 출혈을 지양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이다. 차별화 정책을 위해서는 전문화가 필수적이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장 발전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 집중한다는 것. 손 사장은 특히 기술분야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 사장은 또 국경을 초월한 지구 경제촌 시대에는 '개방'을 통해 무한경쟁 속에서 기업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개방화 정도는 선진국이나 중국ㆍ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져 있으며 세계적인 첨단 우량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합리주의에 대한 손 사장의 태도는 유명하다. 시간관리ㆍ물자관리 등에 대해 철저하고, 특히 한국식 기업경영의 관행처럼 굳어진 각종 접대문화, 불필요한 낭비 등에 대해서는 TI코리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식 경영의 장점도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합리적인 글로벌 경영을 등한시하고서는 앞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손 사장은 사장이기보다는 회사 내 고참사원 또는 선배임을 자처한다. 이미 CEO 자리에 대한 불필요한 권위주의를 스스로 벗어버렸다. 실제로 손 사장은 직원들과 같은 휴게실을 드나들며 커피를 마시고 업무에 대한 얘기를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부하직원을 대할 때는 부하로서가 아닌 동료 또는 고객으로 생각하며 터놓는 것도 손 사장의 고집에서 시작됐다. 이 같이 불필요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업무에서 직원들과 함께 고락을 하는 것이 오늘의 손 사장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주변에서는 평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