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건설업체 중국진출 러시中 부동산 개발투자·주택구매력 크게 늘어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 및 중소 건설업체들이 중국 부동산시장을 다시 공략하기 위해 나선 것은 중국 부동산 개발투자가 급격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신보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국 전역의 부동산 개발투자는 77조7,120억원(4,857억위앤)으로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9.7% 증가, 중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 신문은 주택제도의 개선으로 개인의 주택상품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주택상품 면적 중 개인이 구입한 면적이 93.9%에 달할 정도로 개인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국내 건설업체들이 부지매입에서 시공ㆍ분양까지 총괄하며 시장에 진출했으나 실패한 것을 고려, 최근 들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회사들은 토털시공 방식보다는 개발ㆍ기획 또는 기술총괄 등 특정 분야를 특화해 선보일 계획이다.
또 사이버빌리지 구축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먼저 공략한 후 하드웨어로 분야를 넓히는 등 다각적 방면으로 중국시장에서 선점을 기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 소프트웨어로 승부한다
중국의 건설기술은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보다 크게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보다 신도시 개발, 신평면ㆍ난방ㆍ단열ㆍ방음기술 등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기획으로 공략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양션 중국부동산업협회 회장은 한국업체는 신도시개발 경험, 뛰어난 신평면, 각종 에너지 절약 시스템 등을 갖춘 아파트를 시공해왔기 때문에 중국인의 취향에 맞는 주택건축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들어 중국 부동산시장에 첫 진출하는 SR개발은 개발과 분양만 담당한다. 시공은 중국 대형 건설업체에, 자금관리는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공상은행에 맡겼다.
또 네차례에 걸쳐 진행될 이번 프로젝트는 1차 분양수익금으로 2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드는 비용은 부지매입ㆍ공사비 등 452억원만 들어간다.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4차에 걸친 총분양 수익금은 4,7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공사비 1,681억원과 인건ㆍ금융비 등 간접비를 제하고 프로젝트 종료 후 수익금을 지급받게 된다.
또 5일 기공식을 가진 다국적 부동산투자 개발업체인 타갈드코리아의 '중국동방대학성 한국타운개발프로젝트'도 전체 기술감독ㆍ설계 등에 개입하고 단순시공ㆍ인력은 중국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코리아 타운은 교육시설 40만평, 문화시설 10만평 등 총 100만평 규모로 건립되며 오는 2008년 완공된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이미 건립된 아파트의 사이버시스템 구축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먼저 공략한 후 하드웨어적인 측면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필수가 된 사이버 아파트 기술이 중국에서는 낯선 기술이기 때문에 '사이버빌리지'로 현지에서 입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강주영 SR개발 회장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국에서 실패한 이유는 중국시장에 대한 분석 결여와 더딘 의사결정, 부지매입ㆍ시공ㆍ분양 등 모든 것을 국내 업체가 한꺼번에 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거대한 중국 주택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분야를 먼저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실패 경험 분석해야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건설업체가 잇따라 중국에 진출, 아파트ㆍ대형오피스 빌딩 등을 건립했지만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주택 수요, 상(商)관행, 제도 등에 대한 사전 분석이 없었고 현지 자금조달, 현지인 신뢰획득 등에 대한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든 것이 실패의 주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우방은 94년 중국 북진그룹과 베이징에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3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1년이 지난 95년에서야 본격적인 분양을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처럼 '선분양 후시공' 방식이 실패, 후속사업도 못 해 큰 손해를 본 것. 또 극동건설은 97년 푸둥지역에 422가구 규모의 고급 아파트를 짓기 위해 3,500만달러를 들여 부지임대, 구조물 완성을 끝냈으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결국 경매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LG건설도 95년 베이징에 주상복합아파트 부지는 확보했지만 사업승인을 받지 못해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신성은 베이징에 1억2,600만달러 규모의 고급빌라를 6년째 공사만 하고 있는 상태고 한신공영은 옌지에 527만달러를 들여 아파트를 지었지만 초기분양이 안돼 금융비용만 치러야 했다.
또 자본조달이 중단돼 공사가 무기한 연기된 것도 여러 곳에 달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93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계약한 85건의 공사 중 13건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중국 현지 자본조달을 할 수 있는 토대 마련과 수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요구된다"며 "또 은행ㆍ시공업체 등 현지 파트너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철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