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올 경영 키워드는 `월드 베스트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승부수도 `1등 전략`에 기본을 두고 있다. 1위 품목은 2위와의 격차를 더욱 키우고, 나머지는 경쟁 가능한 품목에 집중 투자해 조기에 일류화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올해 승부수는 글로벌 경쟁력 = 이건희 삼성 회장은 평소 "핵심 사업과 핵심 기술개발, 핵심 인재 등에 과감히 투자해 성장잠재력을 키워 나가라"는 주문을 해오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라는 것.
삼성은 이와 관련, 최근 내놓은 `2003년 경영 방침`에서 올해 시설 투자비를 지난해보다 35%(2조3,000억원) 증가한 8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주력 사업분야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핵심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복안이다. ▲12인치 웨이퍼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사업 ▲휴대폰 공장 증설 등 올해 승부수로 띄울 사업을 직접적으로 거명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 토대가 R&D(연구개발) 투자. 삼성은 올해 R&D 부분에 지난해보다 6,000억원 늘어난 4조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망 신사업 발굴 ▲기존 제품 고부가 가치화 ▲브랜드ㆍ디자인 등 소프트 경쟁력 지속 확충 등 5~10년후 진정한 초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한 `밀알`을 뿌리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말 65%까지 낮춘 그룹 계열사의 평균 부채비율도 올해에는 56%까지 달성, 명실상부한 초우량 재무구조 기업으로 변모한다는 각오다.
◇1위 제품 지속 발굴= 지난해 삼성은 재무적 측면에서 세계 초우량(매출 137조원, 세전이익 15조원) 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그동안 D램과 TFT-LCD에 국한돼 있던 캐시카우에 휴대폰이란 효자품목을 덧붙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말 현재까지 17개의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냈다.
1등 만들기는 올해도 경영전략의 핵심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인텔에 이어 2위(전년도 8위)로 뛰어오른 플래시메모리 성장세에 관심이 모아진다. 세계 최초로 나노반도체의 시생산에 성공한데 이어 늦어도 내년초까지는 양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LCD-TV를 비롯, 미래의 황금알로 불리는 디지털TV시장(2006년 110억달러 예상)의 점유율을 1위로 끌어 올리는 것도 당면 과제다.
세계 3위까지 뛰어오른 휴대폰 사업도 더욱 敏糖?가할 예정이다. 삼성은 세계시장 점유율 10% 수준인 휴대폰 사업을 오는 200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4%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지난해 LDI(LCD구동칩)를 처음으로 세계 1위로 올린 비메모리사업에서 어떤 제품이 정상에 추가 등극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삼성SDI의 글로벌화 전략에도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해 휴대폰용LCD에서 고성장을 구가한 SDI는 올해에도 ▲2차 전지 ▲PDP(벽걸이TV) ▲초대형 컬러관 ▲유기EL 등 신 디스플레이 장치를 성장엔진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휴대폰의 컬러화 및 고급화 추세와 맞물려 표면탄성화(SAW)필터ㆍ듀플렉서 등 고주파(RF)부품과 키패드용 발광다이오드(LED)ㆍ빌드업인쇄회로기판(PCB) 등 관련 이동통신 수요를 바탕으로 재도약에 나선다는 각오다.
◇금융 계열사 재도약 = 삼성 금융계열사의 트로이카라 할 수 있는 ▲생명 ▲증권 ▲카드 등도 올해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삼성생명은 고금리 저축성 상품에서 발생한 역마진과 모집 조직의 비효율 등으로 겪은 어려움을 구조조정으로 극복, 지난해 9월말 지급여력비율을 405.9%까지 끌어 올리며 변신에 성공했다.
삼성생명은 글로벌 경영이 가능한 체질을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 합작 생보사를 중국에 설립할 예정이다.
금융계열사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역시 삼성카드다. 카드는 지난해 가계부채 급증과 연체율 급등 속에서 고전했던게 사실. 최우선 과제는 재무구조 안정화에 두고 있지만, 이를 기회로 LG를 따돌리고`리딩 카드사`로서의 지위를 확실히 한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상황도 대비한다 = 삼성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내년도 직수출 목표를 올해보다 17% 늘어난 365억달러로 세웠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이라크사태와 북한 핵문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수출 및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반영, 구조조정본부는 계열사들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경영 전략을 마련토록 주문한 상황이다. 삼성은 지침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4.0% ▲경상수지 적자(14억달러) 전환 ▲무역흑자 25억달러 ▲환율 1,100원 ▲유가 40달러 ▲소비자물가 4.0% 상승 회사채 금리 8.0% 등 최악의 그림을 상정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큰 줄기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내외부 환경의 안정이 필수"라며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감안해 가장 보수적 견지에서 전략을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