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에게 익숙한 우루과이라운드처럼 특정한 주제를 갖고 장기간 지속되는 국제협상을 「라운드(ROUND)」라고 한다. 94년 유엔해양법 발효와 함께 바다라운드(OCEAN ROUND)는 본격화 됐다. 바다라운드는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 어업·해운서비스업·조선업·대륙붕 유전개발·환경문제 등 해양정책과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를 다룬다. 지난 22일 발효된 한·일 어업협정은 바다라운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오늘날 외교는 민간의 비중이 커졌지만 바다라운드 외교는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양면게임의 논리」로 외교관을 노사협상에서 노조대표에 비유한다. 노조대표는 사(使)측으로부터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노측이 제시하고 수락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해 노동조합원과도 끊임없이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 외교관들은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상대국과의 협상에 진력하는 동시에 합의의 결과를 국내적으로 수락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외교원칙에 대해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상 하나를 주고 열개를 얻고자 하는 것이라 했다. 문제는 각 나라마다 마크 트웨인식 외교원칙을 추진하고자 하기 때문에 국제협상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바다라운드 외교의 실정은 어떤가. 한·일, 한·중어업협상에서 보듯이 바다라운드 외교는 단기적으로 한 두번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외교적 절충의 실패는 때로는 국가간의 분쟁과 전쟁으로 치닫기도 한다. 영국과 아이슬랜드의 20여년에 걸친 대구전쟁, 미국과 캐나다의 넙치분쟁, 캐나다와 스페인의 가자미분쟁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바다라운드 외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유엔해양법 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은 물론 다자조약, 양자조약 등에 해박해야 하고 관련 산업의 국내·외 흐름을 정확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협상외교관들이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순환보직 인사정책에 의해 업무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다. 일본의 경우 외무부에 해양과와 아주국 외에도 「해양법 대책본부」가 가동되고 있고 캐나다는 수산해양부 내에 북대서양어업(NAFO) 전권대사를 두고 있다.
바다라운드 외교를 지원할 외곽 전문가의 수도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해양법 등 바다라운드 관련 학문을 공부하려는 지망생이 거의 전무함에 문제의 심각성은 배가 된다.
어렵고 어려운 양면게임을 담당해야 하는 바다라운드 외교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