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자회담 '먹구름'…남북·북미관계 더 꼬여

"北,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압박용" 관측 우세<br>양군 '판깨기'는 부담…긴장상태 오래 안갈듯

핵프로그램 검증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 줄다리기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북한이 2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미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작업에 들어간 핵시설 불능화 중단과 원상복귀를 고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은 검증문제에 발목이 잡혀 당분간 뚜렷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도 더욱 꼬여 긴장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이뤄놓은 양국 간 신뢰와 합의를 깰 경우 서로 상당한 정치적 모험을 무릅써야 하는 만큼 이 같은 긴장상태는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국에 대한 ‘엄포용’이란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명단삭제를 받아내기 위한 압박 카드란 뜻이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의 요구에 따라 핵 프로그램을 신고했지만 검증체계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을 늦추고 있다. 북한 이날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비핵화 2단계를 규정한 10ㆍ3합의에 따라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0ㆍ3 합의에는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조치로 불능화와 함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검증에 대한 내용은 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6월26일 핵신고서를 제출한 만큼 미국은 약속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의 이름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를 ‘검증’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항상 그렇듯 파국의 원인을 미국 쪽에 돌린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검증방안에서 기존의 입장에 탄력성을 부여했지만 완전하고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샘플채취와 불시방문,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허용 등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990년대 초 북한의 핵 활동과 우라늄 농축문제 등을 규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미 간 접점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양측의 조정 가능성은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임기 내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하겠다는 부시 미 행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테러지원국에서 빠지겠다는 북한의 의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고유한 동국대 교수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성명은 미국을 압박하는 정도이지 판을 깨자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후 통첩적인 성격도 있겠지만 북미 간 조정을 촉구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며 “본격적인 선거국면을 앞두고 미국의 결단을 촉구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