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우생순, 가장 아름다운 그녀들

임영철 감독 3-4위전 종료 1분 앞두고 작전시간 요청<br>후배 대신 마지막 올림픽 맞는 노장 선수들로 교체 감동

23일 여자 핸드볼 3-4위 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1분을 앞두고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드라마가 절정에 달했다. 33대28로 한국이 헝가리에 5점 차로 이기고 있어 동메달 결정된 상황에서 임영철 감독이 작전 시간을 요청했다. 관중석은 물론이고 코트에 선 선수들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임 감독이 작전시간을 요청한 것은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노장 선수들로 코트를 채우기 위한 것. 젊은 피를 대신해 골키퍼에 오영란(36ㆍ벽산건설)이 들어갔고 후반전 중반 이후 계속 벤치를 지켰던 오성옥(36ㆍ히포방크)이 센터백에 섰다. 다른 포지션도 거의 바뀌었다. 라이트백에 홍정호(34ㆍ오므론), 레프트백 문필희(26ㆍ벽산건설), 피봇은 허순영(33ㆍ오르후스), 라이트윙 박정희(33.벽산건설), 레프트윙 안정화(27.대구시청)로 문필희와 안정화만 빼면 서른 살을 훌쩍 넘긴 고참들이었다. 이들에게 떨어진 임 감독의 마지막 주문은 “마지막을 장식하라”는 것. 교체된 선수들은 “(너희들은) 앞으로 계속 뛸 수 있으니 이해해라. 선배들에게 맡겨라”라며 다독였다. 올림픽 무대에 설 마지막 기회를 얻은 고참들은 골 득실 없이 경기를 풀어나갔고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은 코트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멈추지 않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임 감독을 코트로 데리고 나와 헹가래도 했다. 4년 전 아테네에서 펼쳐졌던 ‘우생순’ 드라마가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수문장 오영란은 서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통곡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다들 잘 싸워줬고 감독님, 코치님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특히 마지막에 감독님이 ‘단 1분이라도 너희가 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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