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웅진·STX·동양사태 피하자"… 대기업 자구계획 속도 낸다

동부·경남기업·대한전선·현대상선 등 자산매각 등 선제 유동성 확보 서둘러<br>채권단도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지원


차입금 비중이 높아 재무구조 압박을 받고 있거나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기업들이 자산매각과 자본확충 등 자구계획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그룹 전체를 날리지 않으려면 선제적인 자구계획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권단도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대출금 출자전환 등을 통해 이들 기업의 자금줄의 물꼬를 터주면서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웅진ㆍSTXㆍ동양 학습효과…자산매각 등 선제적 유동성 확보 나선 기업들=24일 산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동부그룹ㆍ경남기업ㆍ대한전선ㆍ현대상선 등 대기업들이 줄지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한 동부그룹이 대표적이다. 오는 12월 만기인 동부제철의 회사채 1,050억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 제도를 선택했던 동부는 이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던 동부건설이 칸서스자산운용과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약 3,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해 한숨을 돌렸다.


동부건설의 지난 8월 말 기준 총 차입금은 6,588억원에 달한다. 이 중 5,845억원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다. 부채비율은 6월 기준으로 499.4%다. 내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2,770억원인데 동부건설은 이번 자산 매각으로 회사채 추가 발행 없이 충분히 버틸 실탄을 마련했다. 공사미수금 1,943억원과 지분투자액(25%) 985억원 등 2,928억원의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어 연말까지 큐캐피탈파트너스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 협상을 마무리해 1,7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동자동 건물 매각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처분 외에 미분양 아파트 매각(500억원) 대금을 합쳐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해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420억원)와 신용보증기금 발행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150억원) 등 총 570억원의 회사채도 상환할 예정이다.

최근 시장에서 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경남기업도 총 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확보 계획안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경남기업이 연말까지 차입금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전자어음 등 상환과 결제에 필요한 자금은 2,65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경남기업은 차입금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공사 기성금 2,100억원 ▦공사현장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ABL) 600억원 ▦광주 수완에너지 공사유보금 회수 145억원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 145억원 등이 연말까지 회사에 유입된다. 연말까지 차입금 상환 등 필요자금을 충당하고도 현금 345억원이 남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6월 말 현재 경남기업의 총자산과 부채는 각각 1조8,275억원, 1조2,517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17.4% 수준이다. 지난해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출자전환ㆍ회사채 신속인수 등 채권단 도움 통해 자구계획 짜기도=금융권의 도움을 받아 자구계획을 추진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완전 자본잠식으로 연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대한전선은 그룹 오너인 설윤석 사장이 이달 초 경영권을 자진 포기한 후 채권단 중심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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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금융권 부채 중 약 6,700억원을 올해 말까지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앞서 지난 2009년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지금까지 부동산 매각, 자회사 정리 등 약 3조원에 가까운 회사 자산을 팔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해운업 불황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도 은행권의 도움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신속인수제로 22일 만기 도래한 회사채 2,800억원의 차환 발행에 성공했다.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여신거래 특별약정을 맺고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 대주주)가 회사 지분 5%의 처분 권한을 산은 등 신속인수 참여 금융기관에 위임했다.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자산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증가 없는 유동성 확보에 나서되 이를 지키지 못하면 대주주가 일정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내년 9월까지 약 2,55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한진해운도 유동성 확보와 자본확충을 위해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한진해운은 영구채를 발행하기 위해 산은ㆍ우리ㆍ하나은행과 지급 보증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건설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을 포함한 5개 계열사들이 산은의 신용공여와 매입보증을 통해 1,800억원 규모의 P-CBO 발행에 성공하면서 자금확보에 성공했다.

현재 채권단 주도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금호산업 역시 최근 약 1,240억원의 유상증자를 예정대로 완료했다. IBK-케이스톤 사모펀드 지분 30%도 금호터미널에 1,7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본확충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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