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소기업과 신용관리

최근 들어 다소 안정을 찾고 있지만 미국증시는 올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무역수지 및 재정적자의 확대, 이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등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산한 엔론과 월드컴은 신뢰위기의 대표적 사례다. 현재까지 회계부정에 연루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만 꼽더라도 제록스ㆍ듀크에너지ㆍ앤더슨 등 17개사에 이른다. 심지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마저 재임기간 동안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어 그의 명성에 금이 가고 말았다.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외환위기를 통해 절실히 알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IMF를 비롯한 외국의 금융회사들은 국내기업에 투명성을 주장하며 불투명한 회계제도나 관행을 개선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은 크게 증대됐고 신용평가사들의 활동이 강화됐으며 금융회사간의 기업신용정보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투명한 기업경영은 기업평가의 중요항목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고객의 신용과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신용기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신용 평가기법을 세분화하는 등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이 우수한 기업은 물적담보가 없어도 신용만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금리와 대출한도 등을 산정할 때도 우대받고 있다. 반면 낮은 신용등급 판정을 받은 신용불량기업과 재무건전성이 좋지 못한 기업은 자금시장 접근 자체가 제한된다. 최근에는 고객 차별화가 가속되면서 우량 고객은 대출한도에서뿐만 아니라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신용이 우수한 기업은 자금조달이 한결 쉬워지고 수수료감면ㆍ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신용이 취약한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를 맞아 중소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신용관리를 해나가야 할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투명하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불투명한 경영행태로는 투자자나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려면 수익과 미래 현금 흐름에 근거를 두고 사업성을 판단하는 가치경영을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위험관리능력을 높여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경영위험은 낮추는 방안을 장기경영차원에서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둘째, 일시적인 신용경색과 같은 외부적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동성 제고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금흐름을 매출이나 손익 등에 못지 않게 비중을 두고 관리해야 한다. 셋째, 비재무항목에 대한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무리한 사업확장, 노사분규, 기술개발 지연 등은 바로 기업신용평가에서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와의 장기적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과 경영정보 활용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거래금융회사와는 단순히 자금조달과 신용제공이라는 차원을 넘어 기업경영의 진정한 동반자관계로 인식하여 상호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다져나가야 한다. 우리경제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은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신용이 무형자산으로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신용관리를 위해 가일충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신용평가기관 3개사가 지난 7월 초 발표한 12월 결산법인의 회사채 정기평가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신용등급이 떨어진 업체가 올라간 업체보다 2~5배 가량 많았다는 사실은 더욱 더 중소기업의 신용관리 필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전대성<기업은행 종합수익관리팀장(경제학 박사)>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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