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투기자본 '먹튀' 제동

구조조정기업 매각과정 투명성 강화<br>투자펀드 인수자금 내역 사전 파악<br>단기차익 노린 알짜기업 인수 차단

은행연합회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시 입찰 단계에서부터 응찰자의 실체를 밝히도록 하는 등 매각준칙을 개정ㆍ시행한 것은 하이닉스반도체ㆍ대우건설 등 앞으로 진행될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과정에서 정체 모를 투기성 외국자본의 입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연합회는 채권금융기관들이 기업인수전에 참여하는 투자펀드의 인수자금 내역을 사전에 파악하도록 해 그 동안 구조조정 기업 매각과정에서 불거졌던 일부 투기성 외국계 펀드들의 일명 ‘먹튀(먹고 튀기)’ 행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는 워크아웃을 거쳐 회생한 국내 기업들이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펀드에 팔려 다시 부실해지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연합회의 이 같은 준칙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채권은행단의 일종의 약속인 만큼 앞으로 남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주채권은행의 대주주 등에 의한 입찰참여를 제한함으로써 지난해 말 동아건설 파산채권 매각과정에서 발생했던 론스타펀드의 내부정보 활용 같은 논란도 사전에 방지했다. 이 같은 내용은 우선 은행들의 워크아웃 작업을 거친 뒤 줄줄이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ㆍSK네트웍스ㆍ현대건설ㆍ대우건설ㆍ대우인터내셔널ㆍ대우조선해양 등의 매각작업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개정된 준칙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우선 워크아웃 기업인수전에 참여하는 투자펀드의 인수자금 내역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때 인수가격 등 인수조건 외에 해당 정보를 함께 제출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는 입찰에 참여한 투자펀드의 자금출처를 미리 살펴 단기성 투기자본의 ‘알짜’ 기업 인수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주채권은행의 대주주나 관계사의 입찰참여를 제한한 것은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을 투명하게 하는 대표적인 조치다. 주채권은행의 대주주나 자회사(사모펀드)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당연히 매각대상 기업의 내부정보에 가장 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매각 대상 기업의 실사를 맡았던 실사기관이나 매각자문을 맡았던 증권사 등의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조치도 불공정 매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매각작업에 악용하는 것을 막아 인수합병 시장의 건전성을 높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당장 론스타펀드는 외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하이닉스ㆍ현대건설 등을 인수하지 못하게 된다. 또 하나은행이 만든 사모펀드는 SK네트웍스를, 우리은행이 만든 사모펀드는 대우정밀 등을 인수할 수 없게 됐다. 매각 실사기관과 매각 주간사를 분리하기로 한 것도 매각작업 과정에서 불거지곤 했던 이해상충(interest conflict)의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은 기업의 매각가치를 산정하는 실사기관이 매각작업을 진행하는 주간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매각 주간사로서는 매각이 성사돼야 매각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사기관과 매각기관이 분리되면 기업을 제값을 받고 파는 경우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작업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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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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