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정책 실용주의 복귀 조짐

경기침체등 현실 반영 재벌개혁 속도 조절… 부동산대책도 고삐 늦춰

경제정책 실용주의 복귀 조짐 경기침체등 현실 반영 재벌개혁 속도 조절… 부동산대책도 고삐 늦춰 '실용주의인지, 개혁을 강행한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다. 노무현 대통령 복권 이후 거시경제 정책이 급속하게 '실용주의 노선'으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면서도 공기업 매각정책ㆍ노동정책에서는 개혁성향이 짙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개혁 성향의 정책 골간은 지키되 기업 등 이해 집단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책의 일정 부분을 양보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경제정책이 우왕좌왕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참여정부의 정책이 실용적으로 변화하지 않겠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침체된 경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혁 아이디어들을 내놓을 당시의 미숙함이 현실과 맞부딪치며 수정을 거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1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재벌정책, 부동산 등 개혁 성향과 연관이 있는 핵심 정책들이 최근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벌개혁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간의 회동을 전후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원안에 비해 대폭 수정된 형태로 사실상 확정됐다. 핵심 골간이었던 재벌 금융사 의결권 제한 문제는 1년이 넘는 유예기간을 거쳐 3년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이어 구본무 LG회장을 만나서는 지주회사 '5%룰'을 완화해주겠다는 약속을, 최태원 ㈜SK회장과의 회동에서는 외국인으로부터 적대적M&A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선물을 안겨줬다. 표면적으로는 강 위원장이 재경부 등 '성장 중시론'에 밀린 것처럼 비춰지지만, 참여정부 전체의 실용주의 행보와 관련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강 위원장도 최근 "학자로서의 신분과 행정가로서의 신분은 다르다"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재경부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보면 청와대 등에서 도입 초기 내놓은 아이디어와는 상당부분 괴리를 갖는다. "땅 투기꾼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며 서슬 퍼렇던 의지는 퇴색됐다. 대신 토지와 건물을 분리 과세하기로 하는 등 급격한 세(稅)부담과 조세 저항을 감안한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건설경기 냉각 등 현실요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날 당정협의에서 부동산 원가공개를 사실상 포기하고, 원가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실상 신용적 색채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 원가공개 때 실효성도 없이 소모적 논쟁만 불러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용주의로 굳어졌다고 단정짓기에는 속단하기는 힘든 측면도 있다. 노동 부분의 경우 노사정 5자간 대화를 강조하면서 비정규직을 대화의 틀로 끌어들인 점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많은 당사자를 끌어들여 해결의 실마리는 찾고자 하는 대목은 '현실 주의'를 배합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배와 개혁'의 입김이 지나치게 투영될 가능성도 열어놓은 형국이다. '개혁과 현실'이 마찰을 빚는 부분도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대우종합기계 등 부실 기업 매각과 관련해 정책 당국자간 '이념적 갈등'의 모습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묘수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참여정부 출범 당시와 노 대통령 직무 복귀 이후 정책이 다소 달라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개혁론'과 '성장론'간의 입장차가 불식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며 지금은 현실 요인들을 감안하며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입력시간 : 2004-06-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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