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외은닉 검은 돈 실체 철저히 파헤쳐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사람들의 명단공개 파장이 우리나라에도 미치고 있다. 일단 명단확보 작업에 들어간 국세청은 내국인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물론 재산형성 과정과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돈의 출처, 제대로 세금을 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할 계획이다. 여기서 탈루사실이 드러나면 철저하게 추징할 방침이다. 마침 지하경제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참이어서 징세당국의 적발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그러나 국세청으로서는 동시에 부담도 안게 생겼다. 만약 한국인을 명단에서 찾지 못할 경우 있지도 않은 은폐 의혹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조세정의네트워크는 지난해 7월 전세계적으로 수십조 달러의 떳떳하지 못한 자금이 조세회피지역에 산재돼 있으며 한국인들이 숨겨놓은 검은 돈의 규모가 7,790억달러로 중국ㆍ러시아에 이어 3위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국력과 비교한 은닉액수로 따지면 검은 돈 유출 세계 1위로 지목 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긴 한국인이 없다는 발표가 나온다면 믿어줄 국민이 많지 않을 것이 뻔하다. 난감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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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부자들의 재산 해외도피 정황은 수없이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최근 4년 사이 16배나 급증했으며 자금세탁과 무역거래 관련 외환사범 단속액도 2011년 3조4,160억원에 달했다. 이러니 재산의 해외도피가 만연해 있다고 국민들이 믿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더욱이 교묘한 수법으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해외은닉을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움이 커도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는 시기가 바로 기회다. 지하경제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에 국민의 관심이라는 지원군까지 얻게 됐다는 긍정적 사고로 임한다면 국세청이나 관세청은 해외 국부유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지하경제를 들춰내 경제발전과 복지에 활용하려는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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