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中, 한국산 소비 지속된다

손성원 <LA 한미은행장>

한국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연간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올해 5%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3위의 경제대국인 한국 경제는 내수부진 때문에 올해 4% 경제성장도 어려울지 모른다. 다행히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수요증가의 주요 원천이 되고 있다. 올해 수출은 12.1% 증가한 2,850억달러가 예상되고 있다. 수입 역시 14.5% 증가한 2,570억달러로 무역흑자는 지난해 297억5,000만달러에서 280억달러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계속 늘어나며 한국의 대중(對中)수출을 도와주고 있다. 중국의 활발한 소비활동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에 의해 공공주택이 아주 싼 가격으로 일반에게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공주택은 도시지역 주택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정부가 공공주택을 개인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해 현재 도시지역의 주택보급 비율은 지난 95년 30%에서 70%까지로 높아졌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이들 주택을 시장가격에 비해 80% 정도 싼 가격에 팔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할인된 금액은 도시지역 가계 연간평균소득의 20배와 맞먹는다. 집을 보유하게 된 중국 가계들은 보다 부자가 됐다고 느끼며 삼성 컴퓨터와 LG 휴대폰 등을 구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왜 시장가격에 맞춰 주택을 팔지 않는 것일까. 먼저 법적이나 이론적으로 볼 때 공공주택이라는 것이 이미 국민 소유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구입자들이 시장가격을 지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음은 구입능력에 관한 것이다. 중국 가계의 연평균소득이 약 2,500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일반 가계는 시장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가 없다. 이러한 공공주택 판매로부터 나타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중국 소비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인들의 지속적인 소비에 기여하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더 높아진 금리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택이나 자동차 구매 비용도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예금금리가 오를 경우 소비가 줄고 저축이 늘게 된다. 대체효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소득효과가 더 크다. 중국의 경우 예금금리가 대출금리의 8배에 달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금리가 오를수록 소비자의 이자소득이 증가해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리를 올렸다. 이것이 투자활동을 위축시킬지는 모르지만 소비지출은 오히려 장려하게 된다. 중국의 국민소득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라가고 있는 점 역시 소비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국낸총생산(GDP)에서 인건비 비중은 80년대 50%에서 2003년 70%로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은행예금은 200배 증가했다. 숙련된 노동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소득에서 인건비 비율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이에 따라 소비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도시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농촌 주민들의 소득도 증가하며 이들에 의한 소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건축 붐은 농촌 소득증가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건설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노동자 대부분이 농촌지역 출신들이다. 도시건설 현장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이 농촌지역의 가족에게 보내지면서 이 지역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현재 농촌으로부터 상경한 도시건설 현장근로자들이 약 4,000만명에 이르고 있다. 다만 정부가 투자를 억제하기 시작한 이후 건설활동이 다소 주춤하고 있고 이는 도시에서 일하는 농촌지역 근로자들의 수를 줄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소득감소는 농산품가격 상승으로 상쇄되고 있다. 많은 농지들이 주택과 산업활동 용도로 전환되면서 농지는 줄어든 반면 소득증가에 따라 식료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먹고 싶어한다. 정부 또한 도시와 농촌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촌지역의 소득증가를 지원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이러한 패턴은 중국 정부의 경제 청사진과도 일치한다. 즉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늦추기 위해 불필요한 투자를 억제하는 반면 소비는 장려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연착륙이 현재 보장된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착륙은 외부 충격과 자국 내 정책실패의 결합을 통해 발생한다. 중국이 직면할 수 있는 외적 충격은 에너지 위기로 이로 인해 수출이 둔화할 수 있다. 또 정책실패를 면하기 위해서는 금리와 환율 등 시장 자율적 요인이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지표들은 중국 경제가 정상궤도에 있고 늘어나는 소비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을 계속 지지해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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