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뒤로가는 금융개혁/박승 중앙대 교수(송현칼럼)

금융개혁은 우리 경제가 개방화와 선진화에 부응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역사적 과제다. 그런데 이 과제가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피터 드러커교수는 몇해전 한국 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세가지 과제를 충고한 일이 있다. 개방체제에 대응하는 일, 정부통제에서 벗어나는 일, 재벌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는 일 등이다. 금융개혁이 가야 할 방향도 그렇다 할 수 있다. 금융을 관치에서 벗어나 자율화하도록 하는 일, 통화신용정책을 중립화시키는 일,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차단하는 일 등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려는 개혁안은 이러한 방향에 어긋나거나 그러한 문제점을 피해가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첫째로,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중립화한다는 한은법 개정은 당초 취지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통화신용정책을 독립시키자면 한국은행에 힘을 실어 주고 이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여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금통위와 한국은행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이다. 금통위를 정부기구로 만들어 정책을 결정하고 한국은행은 그 밑에서 집행만 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부가 직접 통화신용정책을 그 통제하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의장과 한국은행 감사에 대한 인사도 재경원의 영향권에 두겠다는 것이며 한국은행의 예산도 재경원에서 승인하도록 했다. 한편 통화관리의 주요대상인 제2금융권과 외환부문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통제권을 봉쇄해놓고 물가안정 목표를 정해서 이것을 지키지 못하면 중앙은행이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재경원장관에게 금통위에 대한 의안제출권과 재의요청권을 갖게 하고 은행감독권은 정부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어느모로 보나 관치금융을 시정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을 구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둘째로,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 문제는 회피해가고 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니 재벌에게 주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4%라는 은행소유 상한선은 그대로 두고 재벌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길만 열어준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책임경영이 될수 있겠는가.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되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지배는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소유와 경영을 금융만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업만 전업하는 지주회사는 설립을 허용해야 할것이다. 끝으로, 금융감독 문제다. 이에 대한 우리의 현안은 통합 여부 문제가 아니라 금융감독을 어떻게 중립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감이 있다. 한보사건에 은행감독원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은 은행감독 기능이 통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독기능이 관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은행감독권은 실질적으로 정부가 행사해왔으며 이 때문에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었던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금융감독 기능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화되어 있으며 자율적인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장단점이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 최근에 제기하고 있는 문제여서 좀더 시간을 두고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금융부문간의 협조를 강화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금융의 관치를 강화하고 금융전문화와 분권화에 역행한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금융감독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그것을 감사원처럼 정부기관으로 하겠다는 것은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감독기능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영국의 경우에도 그것을 중립적인 민간기구로 하려는 것이다. 금융개혁위원회에서 만든 당초의 금융개혁안은 그런 대로 합리적이었고 여론의 지지도 받았다. 이것을 정부가 정부안으로 바꾸고 보니 금개위는 그 들러리만 선 꼴이 돼버렸다. 금융개혁은 금개위의 원안으로 돌아가 여야 합의로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든지 아니면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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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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