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실감사 막으려면 회계쇼핑부터 잡아야

회계법인의 고질병인 저가수임료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에서 받는 수임료가 해외 동종업체보다 많게는 30분의1에도 못 미친다는 소식도 들린다. 턱없이 낮은 수임료로 회계감사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우건설이나 쌍용자동차 분식회계 논란이 괜히 일어난 게 아닌 듯싶다.


저가수임료와 부실회계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중심에는 왜곡된 시장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회계법인은 철저히 독립적인 위치에서 기업감시자라는 역할을 해야한다. 하지만 감사인 선임과 수임료 지급을 기업이 하는 현 구조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형사 4곳이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나머지가 시장의 50%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현실 역시 기업이 입맛에 맞는 감사인을 고를 수 있는 조건을 형성했다. 시장감시자가 오히려 눈치를 살피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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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갑을관계에서 회계법인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감사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에 회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와도 항의할 처지가 못된다. 감사인 교체 시즌이면 자리 유지를 위해 자세를 더 낮춰야 한다. 회계법인 변경 후 수임료가 평균 7.8%나 줄어든다는 금융감독원의 설문 결과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감시를 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부실감사의 피해는 해당 기업 투자자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퍼져 우리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무엇보다 거꾸로 된 기업과 회계법인의 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자유경쟁 체제 대신 감사인지정제를 확대하고 자산규모별 최소보수 기준을 마련해 헐값수임을 막고 회계부정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자본시장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에 빠지기 전에 기업 회계쇼핑을 막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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