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이제 다 떨어진 건가요. 지금 사야 할까요.”
요즘 집을 살 계획이던 사람들의 질문이 부쩍 늘었다. 연말이면 세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는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1~2년 동안 말도 안 되게 오른 집값도 좀 내리고, 새 아파트도 여기저기서 분양하겠거니 기다렸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아파트는 물론 민간아파트의 원가공개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불안하다. 민간기업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면 사실상 분양가 통제가 가능한 상황이 돼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주택공사 등 공기업이 대대적으로 주택공급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말을 신뢰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해도 문제다. 공개방법이 적절한지와 공개한 가격이 정확한지에 대한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공기업인 주공이 공개한 판교 분양원가나 서울시가 공개한 은평뉴타운의 분양원가도 고분양가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의혹과 궁금증만 더 키우지 않았던가. 이런 논란으로 아파트 공급이 미뤄질 때마다 손해를 보는 것은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이 급한 서민층일 뿐이다.
집값을 내리고 싶다면 집을 많이 짓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서울ㆍ수도권의 집값이 불안하다면 이들 지역에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여야 한다. 세금 부담을 높이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으로 모자라 원가공개로 공급까지 규제하려는 정책은 지금과 같이 불안한 시장상황을 결코 나아지게 할 수 없다.
최근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알게 모르게 매매거래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년, 내후년에 집값이 더 불안해지기 전에 미리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통령이 강남 아파트를 ‘명품 부동산’으로 인정한 것이 무슨 뜻이겠느냐”고 되묻는 아파트 매수 희망자들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