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가치 상승 기대감… 목마른 자산가 달러 낚는다

■ 뭉칫돈 몰리는 환테크

원달러 환율 1100원 밑돌자 "수익률 높아" 매입 수요 급증

달러RP·펀드 직접투자 인기

연말 기점 대폭 상승 전망에 자산가 투자 갈수록 늘어나


자산가 변형석(가명)씨는 최근 해외 사모펀드에 2억원을 투자하면서 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선물환 약정을 빼버렸다. 선물환 약정은 펀드를 환급했을 때 현 시점의 달러 가격으로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일종의 안전핀 역할을 하지만 지금은 필요 없다는 판단에서다. 변씨는 "환율 변동 위험 때문에 환 헤지 약정에 많이 가입하는데 지금 달러 가격은 바닥으로 보인다"며 "미국 주식 시장 활황에 따른 펀드 수익률 외에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한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달러에 몰리고 있다. 달러 가격이 이달 들어 1,100원 아래에 계속 머물자 달러 매입에 적극 나서며 환차익을 노리고 있는 것. 지난달 16일 올 들어 최고인 1,131원까지 올랐던 달러 가격은 한 달여 만인 27일에는 1,073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며 수익률에 목마른 자산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한 강남 지점에서는 자산가들이 최근 2주 동안 300만달러가량을 사들였다. 달러 가격이 1,100원을 넘어간 지난해 11월 이후 잠잠했던 매입 수요가 1,090원 아래로 떨어진 이달 중순 이후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은행의 지점장은 "지난해 7월 달러 가격이 1,000원대에 머물렀을 때 상당액의 달러를 사들인 자산가들이 지난해 말 이를 팔아 1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환테크로 재미를 본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다시금 달러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지선 신한 PWM태평로센터 팀장은 "예전에 브라질 펀드 등으로 환차손을 입었던 자산가들조차 외환 가격 상승에 베팅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PB센터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PB센터당 일주일에 10여건가량의 달러 거래가 일어나고 있으며 적게는 10만달러에서 많게는 100만달러까지 사들이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투자 성향 자산가들의 달러 매입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달러를 매입하면 이를 통장에 쌓아두기보다 해외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굴리는 이가 많다"며 "환테크에 따른 차익은 과세되지 않는다는 것도 달러 매입이 늘어나는 이유"라고 밝혔다.


뒤늦게 환테크에 뛰어드는 자산가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자소득세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투자가 길게 보면 나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선원 국민은행 PB는 "달러 가격이 지난해 1,00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넉 달 만에 1,100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를 보고 환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자산가들이 늘었다"며 "정기예금만 고집하는 고객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의 20~30%가량이 달러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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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에 투자하는 펀드 등으로도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달러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 뒤에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며 외화표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해 수익을 내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은행권의 달러예금 1년 최고 이자율이 0.7%인 데 반해 증권사들의 달러RP는 원금보호는 되지 않는 대신 통상 0.9%의 수익을 보장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높다. 삼성증권 달러RP의 경우 이달 들어 3,000억원이 몰렸다. 전체 잔액이 1조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이 상품은 가입기간이 91~364일일 경우 0.9%의 수익을 제공한다. 전체 규모가 660억원인 대신증권의 달러RP로도 이달 들어서만 160억원이 유입됐다.

차익실현을 위한 펀드환매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강달러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달 30일 선보인 '미래에셋미국채권펀드'는 한 달 만에 55억원의 돈이 들어왔다. 이 펀드는 국내 최초로 달러로 직접 투자하는 펀드로 미국 국채, 회사채, 모기지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달러로 투자해 3~5%가량의 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29일까지 '달러ELS펀드'를 모집한다. 원화 ELS를 달러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도 달러로 투자하는 ELS 상품을 개발해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설종문 외환파생상품영업부 과장은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엔화 약세에 대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연일 제기되는 상황에서 달러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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