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오바마가 내건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각계에서 분출됐다. 특히 평생을 인종 간 평등 등 민권 향상을 위해 싸워온 민권운동 지도자들에게는 감격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시사주간 타임은 19일 인터넷판에 7인의 민권운동가들의 소감을 실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최측근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존 루이스 연방 하원 의원(조지아주)은 “45년 전 유권자 등록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처음으로 워싱턴에 왔다가 경찰에 얻어터지고, 체포되고 구속되기까지 했지만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취임식장에서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영 전 유엔대사는 “오바마는 우리 세대가 과거 당했던 인종차별이나 권리박탈ㆍ모욕 등의 아픈 상처를 안고 성장한 만큼 미국을 이끌어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줄리언 본드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회장은 “NAACP가 100년 동안 투쟁해온 일들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고 기뻐했다.
‘소울의 여왕’으로 취임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어리사 프랭클린은 “오바마가 미국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으며 특히 주택압류나 경제위기 등에 잘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흑인사회는 오바마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실제 CNN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 흑인들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흑백 간 인종 평등을 외쳐온 킹 목사의 꿈이 실현됐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BC방송은 19일 미국의 많은 흑인들에게 오바마의 당선은 지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흑인 육상선수인 제시 오언스가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나 1947년 재키 로빈슨이 흑인 야구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때보다 위대한 것이었다며 흑인사회의 ‘열기’를 전했다.
로저 윌킨스 전 조지메이슨대 역사학 교수는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보면서 좀처럼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흑인사회에서 희망이 일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하워드대 2학년에 재학 중인 플린 베일리는 “오바마는 흑인사회에 일종의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인종문제를 공격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바마의 승리로 정치인들이 분열을 야기하는 쟁점들을 이용해 이념적 강경파들을 자극했던 1960년대 이후 시대가 막을 내렸다”면서 “향후 30년간의 미국 정치는 현안에 대해 실용적이고 포괄적으로 다가서는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9일(현지시간)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애틀랜타에서는 킹 목사가 생전에 설교했던 에벤에셀 침례교회에서 1,0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예배가 진행됐다.
아이작 뉴턴 패리스 킹센터 대표는 기념 예배 축사에서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모든 인종의 평등을 외쳐온 킹 목사의 헌신에 의한 것이고, 그 꿈을 향한 거대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