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본유출 리스크 커지나

유럽위기·실적악화·내외 금리차 줄어 3중 악재<br>외국인 "팔자" 공세에 코스닥 '블랙먼데이'<br>코스피 1930선 붕괴


국내 증시가 13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코스닥은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블랙먼데이를 연출했고 코스피도 7개월여 만에 1,930선이 무너졌다. 슈퍼달러와 유로존 경기침체 등 잇따른 대외악재에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내에서 외국인의 추가 자금이탈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71%(13.71포인트) 떨어진 1,927.2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올 하반기 들어 두 번째로 큰 액수인 3,208억원을 내다 팔며 지수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코스닥은 전거래일보다 3.89%(21.64포인트) 떨어진 534.31에 장을 마치며 블랙먼데이급 하루를 보냈다. 이날 코스닥 낙폭은 연중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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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 등 국내 자본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빼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미 간 금리차가 더욱 축소돼 국내 시장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일 기준 한국 국고채 3년물과 미국채 3년물 간 금리차는 1.38%포인트로 5%대 초반이던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자본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은 수익률을 좇는데 내외 금리차가 줄면 환리스크를 헤지해가며 국내에 투자하려는 유인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화 약세로 환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추가로 팔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이미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4조7,646억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사들이며 시장 강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매수세는 한은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지난주 3,555억원으로 한풀 꺾였다. 특히 단기채를 늘리고 장기채를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 첫째 주 2년 이하의 단기채를 6,786억원어치 내다 판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되레 915억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반면 2~5년 만기 중기채의 순매수 규모는 8,179억원에서 1,167억원으로, 5년 이상 장기물은 6,330억원에서 1,473억원으로 줄였다. 장기채를 줄이고 단기채를 늘리는 것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만큼 급격한 자본이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두 나라 간 시장 수익률(채권금리)"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로 두 나라 간 금리차가 줄어들면 추가 자금유입은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기존 투자자금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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