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답변 회피… 또 국민 우롱/김 전 재정본부장,부인도 시인도 안해/손 전 행장엔 “괘씸죄” 동정론 펼치기도8일 한보청문회에서는 한보그룹 자금총책으로 알려진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이 도마위에 올랐다.
그러나 김씨도 역시 정태수 총회장처럼 금융기관 대출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불리한 사안에 대해 「장황한 해명」을,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문제의 경우 「부인도 시인도 아닌」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국민을 농락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김씨를 상대로 정태수 총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에 대해 집요하게 따졌다.
이들은 전날 정총회장에 대한 신문에서 정씨가 「한보리스트」와 관련, 일부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를 간접 시사한 탓인지 검찰 진술자료를 바탕으로 김씨를 집중 추궁했다.
이들은 특히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과 신한국당 최형우 상임고문, 자민련 김용환 의원 등 여야 실세들에게 정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정치자금을 주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이에 대해 『「한보리스트」의 경우 정총회장이 직접 관장한 것』이라며 『정·관계 로비용 자금흐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 정총회장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국민들을 우롱했다.
그러나 김씨는 『「정태수리스트」로 거론되고 있는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과 자민련 김용환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느냐』는 자민련 이인구 의원의 질문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일부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검찰조사에서 정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에게 장학기금 명목으로 5천만원을 전달했고 지난 95년 지방선거전 문정수 부산시장과 지난 96년 4·11 총선전 신한국당의 김정수 박종웅 박성범 의원에게 각각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사실을 뒷받침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여야의원들은 또 한보철강에 투입된 정씨의 순수자금과 여야 중진을 포함한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의혹, 명절때 정·관계에 제공한 떡값 여부, 북한 황해제철소 인수추진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은 『정총회장이 한보철강 돈을 한보상사의 대여금으로 돌려 조성한 비자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김씨는 『지난 94년에 2백억원, 95년에 4백억원, 96년에 3백50억원을 한보상사에 대여했으나 그것이 비자금으로 활용된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은 이어 『정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김덕룡 의원을 찾아가 장학기금 명목으로 5천만원이 든 빨간 가방을 전달했느냐』고 다그치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한보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에 대해서는 상당수 의원들이 「동정론」을 펼치면서 한보철강에 대한 금융권 특혜대출 비리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애써 눈길을 끌었다.
손 전 행장이 이처럼 여야 의원들의 동정을 산 것은 지난 94년 은행장 취임이후 한보관련 대출 규모를 줄이고 3백30억원의 여신을 회수하는 등 산업은행과 조흥은행, 외환은행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정총회장으로부터 특혜대출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이철수 신광식 전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전 조흥은행장과는 달리 지난해 12월 국제밸브공업 등 4개업체로부터 사례비를 받았다는 별건의 혐의로 전격 구속된 손 전 행장의 구속 배경에는 당시 권력핵심부가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적지 않았다.
결국 이번 한보청문회를 통해 손 전 행장의 구속이 한보그룹의 자금 대출요구를 거절한데 따른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 권력핵심부의 외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황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