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정위 압박 지나치다


정부가 동반성장과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백화점들을 막다른 길로 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명품의 판매수수료 조사와 더불어 이달 말까지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의 판매수수료에 대해 심층조사를 추진 중이다. 해외명품에는 수수료를 거의 안 받으며 국내 중소기업에는 30~40%의 엄청난 수수료를 물리는 게 정상이냐는 논리다. 공정위는 영업이익의 10% 가량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48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100억원을 내놓으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14.4%의 외국인 주주를 보유한 롯데쇼핑이 이 같은 수준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실행될 경우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던지고 우리 시장을 떠날 것이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정부와 밀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업계의 갈등이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판매수수료를 낮추면 중소기업만 덕을 보고 성장 에너지를 확충하게 될까. 그렇지는 않다. 백화점은 주로 고급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대기업 제품이 적지 않다. 가전은 물론이고 의류, 생활용품 중에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물품이 매우 많다.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판매수수료를 낮췄다고 입점업체들이 가격을 내릴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부에서는 물가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엉뚱한 곳에 횡포를 부린다고 비아냥이다. 백화점의 매출은 지난 9월 지난해보다 14%가량 증가했지만 주가는 적지 않게 떨어졌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동반성장을 명분으로 한 규제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동반성장으로 파이를 늘려가고 또 그 파이를 나눠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장은 그 반대의 경우를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독일과 일본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전략으로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로 인해 높은 1인당 GDP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유통산업은 제조업과 다른 점이 감안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역할은 업계 스스로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만 효과가 제대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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