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숨 돌린 것 같습니다.” 지난해 4ㆍ4분기부터 계속된 정제마진 축소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경질유 가격 상승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단순정제(상압정제) 마진은 지난해 가을부터 ‘마이너스(역마진)’를 기록했으나 4월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주로 쓰는 중동산 원유를 정제했을 때 지난 1~2월에는 배럴당 3달러까지 역마진이 발생했었으나 최근 들어 배럴당 1달러씩 마진이 생기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앞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측도 “지난해 10월과 11월 배럴당 평균 -1.7달러를 기록했던 단순정제 마진은 올 들어서도 3월까지는 역마진 추세였으나 4월 초부터 경유와 등유의 국제시세가 상승하면서 플러스 마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이 최근 6~7개월 동안 공장을 돌리고도 손해를 봤던 것은 국제 벙커C유 시세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를 정제하면 평균 40~50%의 벙커C유가 생산되는데 벙커C유가 원유보다도 배럴당 20~30달러씩 싼 70~85달러선에 거래돼 휘발유ㆍ나프타ㆍ경유ㆍ등유 등 경질유종 생산에서 발생한 마진을 모조리 까먹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경유와 등유.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해외 정유사들의 정기 보수 등으로 경ㆍ등유의 시세가 상승했고 특히 경유는 2월 배럴당 111달러에서 3월 125달러, 4월 145달러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며 “예년 이맘때 105달러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30~40%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ㆍ등유 시세 상승으로 벙커C유를 정제해 경질유를 만들어내는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시설)는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중질유분해시설은 값싼 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ㆍ나프타ㆍ경유ㆍ등유 등을 뽑아내는 장치.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서는 S-OIL과 GS칼텍스가 가장 높은 수준의 고도화설비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경질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도화설비에서 발생하는 마진(크래킹마진)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단순정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꾸준히 고도화설비를 증설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질유 시세가 최소 올 여름까지는 계속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름철은 행락 시즌이라 매년 국제적으로 휘발유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다. S-OIL의 한 관계자는 “5월부터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는데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의 베이징올림픽과 농번기 등으로 경질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유사들도 고민은 있다. 올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유 도입가격 상승이 정제마진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OIL은 4월23일 발표한 1ㆍ4분기 실적 중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54.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환율 상승의 충격이 컸다. SK에너지도 1ㆍ4분기에 무려 1,5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