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저출산 권하는(?) 사회

이효영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주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1.16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요즘 주위에서 취재차 자주 만나는 젊은 여성들만 보더라도 ‘이런 기록이 나오는 게 당연해’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젊은 커리어우먼이다 싶으면 서른살을 넘긴 미혼이 대부분이고 결혼을 했구나 싶어도 아이가 없는 부부들이 상당수다. 저출산의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육아 문제에 있다. 갈수록 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20년 전이나 21세기인 지금이나 육아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여길 뿐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직장생활 15년을 넘긴 기자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육아 스트레스를 얘기하자면 책 한권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다. 기자의 시어머니가 큰아이를 돌봐주던 것을 시작으로 옆집 아줌마, 출퇴근하던 도우미 아줌마, 입주하는 조선족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지금도 육아시스템이 불안정하다. 아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안심하고 맡길 만한 경제적ㆍ정신적 부담이 너무 크다. 또 손이 좀 덜 갈만큼 자랄 즈음이면 사교육비와 과도한 경쟁 등 입시 스트레스가 전국민의 골칫거리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고 부부끼리 편하게 살겠다는 풍조가 일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해결책은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의 드라이브를 건다 해도 이런 풍조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한국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오는 2020년까지 해결될지 난망이다. 참여정부가 정치 모델로 자주 언급하는 프랑스는 한때 아이 안 낳고 동거하는 부부 많기로 소문난 나라였지만 지난해 출산율이 1.89명까지 회복됐다고 한다. 프랑스의 사례는 유아원부터 초등학교에 이르는 모든 공교육기관이 하루종일 철저히 아이를 책임지고 맡아주는 정부 정책이 오랜 기간 동안 국민의 신뢰를 얻은 데 따른 결과다. 기자의 딸은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이 아이도 20년 후쯤이면 일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내 딸은 나와 같은 육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헌법 수준으로 고치기 힘든 부동산정책에 골몰하고 있는 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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