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로 불타오르는 눈동자의 사내가 말 없이 면도날을 세우고 있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바커, 이제는 스위니 토드(조니 뎁)로 불린다. 15년 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아름다운 아내 마저 잃게 된 비운의 주인공. 그를 모함했던 사람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런던 법원의 터빈 판사. 토드는 형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와 피를 부르는 복수를 다짐하고 시퍼런 면도날을 휘두른다. 스위니 토드의 복수 방법은 잔혹하기 그지 없다. 휘두르는 면도날로 검붉은 피가 튄다. 사방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시체를 태우는 검푸른 연기가 굴뚝을 휘감아 돈다. 하지만 뱀처럼 영악한 터빈 판사는 토드에게 쉽사리 기회를 내주지 않는다. 반대로 번번히 기회를 놓친 주인공은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 원수를 향한 토드의 분노는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함으로 바뀐다. 시체가 쌓여갈수록 주인공의 안색도 창백하게 변해 가고 터빈 판사의 횡포는 더욱 포악해 지는데…. 과연 그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의 악동 팀 버튼 감독이 자신의 ‘분신’인 조니 뎁과 동명의 뮤지컬 원작을 스크린에 옮겼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으로 공연계에선 이미 수많은 평론가와 관객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왔던 작품. 뮤지컬을 영화화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물론 팀 버튼이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할리우드와 전세계 영화 팬들은 팀 버튼이 그려낸 ‘스위니 토드’가 어떤 모습일지 잔뜩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는 원작자인 스티븐 손드하임이 모든 과정에 참여해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다. 감독은 영화에 삽입된 모든 노래를 녹음하기 전 까다롭기로 유명한 손드하임 앞에서 직접 리허설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작품의 원형은 19세기경 런던에서 있었던 160명을 살해한 실제 인물을 모델로 1846년경 소설가 토마스 패켓 프레스트가 쓴 ‘진주 목걸이:로맨스’다.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 올려진 게 1979년 3월이라고 하니 꽤 오랜 기간 재현된 것. 지독하게 잔인하고 암울한 영상이 거슬릴 수도 있지만 음악ㆍ연기ㆍ연출 등 영화는 상당히 수준 높게 완성됐다.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