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일 문화 교류 넓히는 가교역 됐으면…"

[재일동포 연출가들 잇단 한국무대에] '도라지'의 김수진씨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간극은 너무 벌어져 있습니다. 양국의 경계에 놓여 있는 재일교포의 삶을 반추함으로써 한일 문화 교류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실험극단인 '신주쿠양산박'을 이끌고 있는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57ㆍ사진) 씨는 "에너지가 끊임 없이 순환하는 것처럼 문화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한다"며 "우리의 잊혀진 역사와 그 속에 살았던 재일교포의 삶을 양국 무대에 올려 문화 교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주쿠양산박은 텐트 극장을 주 무대로 일본의 앙그라(언더그라운드 소극장)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극단으로, 파격적이면서도 실험적인 공연이다. 최근 연극 '도라지(3.2~6)'와 '해바라기의 관(3.9~13)'을 들고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 관객들의호응에 놀랐다며 "한국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낭만주의 기질이 강해 자신이 느낀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도라지'는 구한말 구국의 열정에 불탄 두 인물, 김옥균과 홍종우의 좌절과 절망을 그린 작품이다. 김 씨는 "이제까지 김옥균은 매국노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매도됐지만 한일강제 병합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신주쿠 시내에 70석 규모의 전용관을 마련했다는 김 씨는 1월 23일이 김옥균 선생 기일인 만큼 매년 1월에는 '도라지'를 공연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김 씨는 오는 6월 7일부터 7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가 기획공연으로 마련한 '경계선 시리즈'에 참여한다. 연극 '백년, 바람의 동료들'은 그의 신작으로, 경계인으로 살아온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일본 오사카로 이주해 살아온 재일교포들이 음식점에 모여 나누는 대화와 음악을 통해 재일교포 100년 역사와 치열했던 그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릴 예정이다. 김 씨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경계인으로 살아온 나 자신의 자전적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을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이번 작업이 뜻깊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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