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IPTV입법 공정경쟁 담보돼야

국회에서 최근 IPTV(인터넷TV) 관련 입법 안(案)들을 속속 공개하면서 도입 논의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입법안은 특정 통신사업자들의 요구조건만 대폭 수용해 형평성이 우려된다. 예컨대 IPTV의 서비스 성격을 ‘방송’으로 규정하면서도, 논란이 돼온 사업권역이나 사업주체의 문제 등에 있어서는 ‘방송’의 성격을 외면하고 있다. IPTV를 케이블TV와 동일형태의 서비스로 인정하면서도, 전국사업권과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KT의 본체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들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을 주장해온 케이블TV사업자들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전국방송을 허용하되 점유율 제한을 통해 한도를 두겠다는 내용은 사실상 IPTV에 대한 초기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가령 1,600만 가입자인 유료방송 시장의 점유율을 1/3로 제한했을 때, IPTV사업자는 500만 가입자를 확보할 때까지 어떤 규제도 받지 않게 된다. 돈 되는 지역을 골라 무차별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확보해갈 경우, 사실상 경쟁관계에 있는 해당지역 케이블TV사업자가 도산해도 이를 방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KT측은 사업권역을 지역으로 제한하고, 자(子)회사 분리를 통해 방송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IPTV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비효율적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77개권역으로 나눠져 있는 케이블TV사업자와 같은 지역면허로는 규모의 경제에서 나올 수 있는 소비자 이익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유료방송 산업이 발전해온 특수한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방송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케이블TV 사업이 이미 지역면허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전국면허가 있는 위성방송사(스카이라이프)까지 거느린 KT가 유선방송 영역에서까지 전국면허를 획득한다면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 전화시장과 초고속인터넷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KT가 방송이라는 새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회사를 통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공정경쟁의 논리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자회사 분리를 통해서만 지배적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KT 역시 자회사 KTF를 통해 이동전화시장에 진출한 전례가 있다. 방송사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자회사 분리를 통한 방송시장 진출은 필수 조건이다. 그게 자율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통신사업자들은 현재 IPTV가 엄청난 산업유발효과가 있고, 신성장동력인 까닭에 도입 지연이 경제손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말대로 IPTV 조기도입이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기존 유료방송시장의 주요주체인 케이블TV사업자와 공정한 경쟁의 틀속에서 도입하면 된다. 케이블TV업계가 주장하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과 ‘자회사 분리’를 통해서도 IPTV서비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통신사업자들은 그간 IPTV사업 개시의 시급성만 강조해왔을 뿐 IPTV가 소비자에게 기존 유료방송보다 어떤 추가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해외각국에서 인터넷전화(VoIP) 활성화논의가 소비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진행돼온 것과 다분히 대조적인 사업자 중심의 IPTV논의였던 셈이다. 소비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IPTV의 전송 기술이나, 관련 법조항이 아니라 IPTV가 소비자에게 어떤 새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는가 여부다. 소비자와 케이블TV업계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일부 거대통신사업자들이 내세우는 논리에 현혹되지 않고, 어떻게 합리적이고 공평한 법안 도출을 위해 노력하게 되는지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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