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금융계도 올들어 합병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퇴출당하지 않고 조건부로 승인받은 일부 은행들은 생존전략으로 합병을 선택했고 경영상태가 비교적 좋은 은행들도 경쟁력강화차원에서 짝짓기를 추진하고 있다. 합병을 선택치 않은 은행들은 외자유치 및 증자 등에 의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엄청난 재정지원에다 이런 금융기관별 구조조정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이 금융위기국가중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듣게됐다.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그러나 최근 금융구조조정의 실상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초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않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외자유치에는 성공했지만 한국은행 출자여부에 발목이 잡혀 증자를 못하고 있고 조흥은행은 외자유치와 합병중 어느 것도 이행치 않고 있다. 이미 합병계획을 발표한 은행들의 합병협상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업·한일은행과 국민·장기신용은행 등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한 통합은행장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일본 은행들이 합병을 한후 조기에 강력한 지도력을 형성치못해 갈등이 더 심해졌던 전례를 밟지않을까 우려된다.
조흥은행의 경우도 외자유치가 사실상 어려우면 다른 은행과의 합병이라도 좀더 서둘러야 마땅하다. 충북은행과 강원은행과의 합병이 지분문제와 지역정서문제로 난항을 거듭하고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지난 6월 퇴출을 면하는 대신 조건부로 승인받은 은행들이 아직까지도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은 경쟁력 향상이나 금융기능 정상화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않는다. 최근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돈이 돌기 시작하자 구조조정의 고삐가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낳게한다.
우리의 금융개혁에 대한 해외의 호의적 평가도 금융기관들의 이런 안이한 자세가 바뀌지않으면 돌변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인들의 의식부터 개혁돼야 한다. 세계최대은행이 매년 빠뀌고 금융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타지못하면 우리 금융경쟁력은 낙오하게 될 것이다.금융기관들의 약속이행을 위한 분발이 요구되는 때이다. 정부도 강력한 구조조정의지로 일관성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