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하고 돈 버니 다시 살고 싶어졌죠"

친환경 농산물 재배·곤충 사육하며 자활 꿈꿔<br>실제 사회 복귀 성공 사례도 있어

경기도 양평군 나래자활쉼터 내에 조성된 당근 밭에서 1일 오후 참살이영농조합 소속 노숙인들이 땀을 흘리며 자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물을 더 흠뻑 줬어야 하는 거 아니야?”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는 1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화전리에 위치한 나래자활심터 안 당근 밭. 지난 8월 초에 심은 당근을 수확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인 노숙인 한 모(50)씨의 말에 옆에 있던 손 모(47)씨가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며 호기롭게 대답했다. 삽을 땅에 깊숙이 꽂고 손씨가 발을 꾹꾹 눌러 밟자 이내 선홍 빛 당근이 땅 위로 솟아나왔다. 올해 3월 서울시가 개원한 ‘나래자활쉼터’에는 총 43명의 노숙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 중 6명은 손씨와 한 씨처럼 사회적 기업인 ‘참살이 영농조합’의 일원으로서 친환경 농산물 재배하고 곤충 사육을 하며 자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정성스레 가꾼 무, 당근 등의 친환경 농산물은 양평지방공사에 납품된다. 또, 이곳 농장에서 사육된 장수풍뎅이·사슴벌레 등의 곤충은 이마트와 지역 도매상으로 향한다. 손 씨는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곳에 오기 전 나는 거의 삶을 포기한 거나 다름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곳에서 몇 달 동안 농산물을 심고 재배해 직접 돈까지 벌면서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에서 정신적ㆍ육체적 안정을 찾은 뒤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다면 그때는 나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다짐했다. 쉼터에서 생활하다 실제로 자활에 성공해 사회에 복귀한 경우도 있다. 참살이 영농조합에서 일하다 지난 7월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 노숙인 유모(51)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센터가 문을 연지 불과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쉼터의 한 관계자는 “당시 모두들 놀라는 분위기였지만, 유 씨가 이곳에서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고 납품과정에도 참여하면서 홀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농조합원을 제외한 나머지 노숙인 37명은 양평군 일자리센터와 연계해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고 망가진 정화조를 고치며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이들은 아침 7시가 되면 현장으로 나가 저녁 6시가 돼서야 쉼터로 돌아온다. 이처럼 나래자활쉼터는 노숙인들에게 의식주와 의료서비스 등 기본적인 생활만 지원하는 다른 노숙인 쉼터들과 성격이 다르다. 쉼터는 ▦사회적기업(참살이 영농조합법인)운영 ▦양평군 일자리센터 연계 ▦지역인력사무소 연계 ▦인문학 강의 ▦우수기업 방문 등 다양한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근로 능력이 있는 노숙인들에게 일하고 싶은 자립ㆍ자활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숙인의 재취업까지 지원해 일을 통해 번 돈으로 주거비용 마련 및 사회 복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쉼터의 참살이 영농조합법인은 지난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 받았다. 영농조합은 노숙인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작물과 사육곤충의 판매 확대를 위해 다음달 초 완료를 목표로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허병금 쉼터 참살이 영농조합 대표는 “우선 판로가 좀 더 넓어져서 사회적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노숙인들이 이곳에서의 행복에 만족하지 말고 쉼터를 사회 복귀를 위한 징검다리로 여겼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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