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북아경제협의체 구성해야(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

대통령 방일 이후에 개최된 한·일 재계회의에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이 바람직하고 석유화학·철강 등의 과잉설비 처리에 있어서 공동협조가 필요하다는 등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강택민 주석의 방일시에는 32개 항목의 협력내용을 담은 행동계획에 합의하였으며 그 중에는 중국의 연운에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이르는 횡단철도를 건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해서 광역경제권 개발을 추진한다는 원대한 사업 구상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진전은 지금까지 시장거래 차원에 머물러 왔던 3국간 경제교류가 이제는 정부협력 차원으로 한 단계 격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한·중·일 3국은 경제적 보완성에 더해서 지리적 인접성, 역사적 특수관계, 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EU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경제공동체로까지 발전해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역협력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크게 보아서 두가지인데 하나는 현대사에서 발생하였던 불행한 사건에서 비롯된 불신감이고 다른 하나는 현실의 벽을 뛰어넘고 미래의 이상을 추구하는 정치지도력의 부재이다. 일본에 대해서 한국국민과 중국국민이 품고 있는 뿌리깊은 불신감은 경제협력을 저해하는 최대의 걸림돌이다. 무릇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임은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이 분명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일본은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는 대범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다행히도 한·일간에는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져가고 있으나 일·중간에는 여전히 갈등의 소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일본은 더욱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 아시아경제위기 이후에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미야자와 플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체결 등을 제시함으로써 「아시아인에 의한 아시아 문제의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아시아자결주의 또는 탈서방주의라고도 불려질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아시아국가에서 조차도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혹시나 일본이 아시아국가의 공동번영 대신에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패권주의를 감추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일본경제사회의 폐쇄성과 규제일변도의 관료주의가 시정되지 않는 한 일본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지고도 아시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북아경제공동체의 창설은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실천력을 갖춘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EU의 탄생 배경에는 유럽인에 의한 유럽의 영광을 꿈꾸었던 드골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상기할 때 동북아시아도 드골 대통령에 버금가는 상상력과 지적능력·행동력을 갖춘 정치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동북아시아는 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지역협력기구가 가장 미약한 지역이다. 만약에 동북아시아에서 정부간의 경제협력기구가 가동하고 있었다면 아시아경제위기의 단초가 되었던 1995년도의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1997년도의 일본자본의 대거이탈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동북아경제협력 논의는 민간차원에서 꾸준하게 논의되어 왔고 두만강개발사업 등과 같이 부분적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도 주로 비정부기관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한·중·일 3국의 정책당국자들은 동북아경제위기에 공동대응하고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함으로써 경제공동체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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