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6월 26일] 최저임금의 그늘

지난 24일 슈퍼마켓조합 등 16개 소상공인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동결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단체장은 “노동계 주장 대로 최저임금이 시급 4,000원대로 오르면 아파트 청소ㆍ경비 일자리 3분의1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최저임금이 결과적으로 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이란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정해놓은 임금의 최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이하의 돈으로는 한국에서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이 오히려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니….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 전 살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 아파트는 한 동에 경비원 아저씨 두 분이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경비원 아저씨 고용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 조사 했고 얼마 뒤 경비원 아저씨 한 분이 그만두는 걸로 결론이 났다. 최저임금이 올라간 만큼 아파트 주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데 이를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이맘 때는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때도 최저임금이 오르자 아파트 관리실에서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할지 아니면 경비원 아저씨의 근무시간을 줄여 전체 주민 부담은 전과 같도록 할지를 묻는 설문지를 돌렸다. 어떤 쪽으로 결정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무시간을 줄이는 쪽이었다면 지금 아침저녁으로 뵙는 경비원 아저씨들은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을 앞두고 요즘 사용자 단체와 노동자 단체들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용자 측은 경제 사정이 너무 악화돼 현 최저임금도 지키기 힘들다며 동결을 호소하고 있고 노동자 측에서는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올랐으니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 다 일리 있는 말인 만큼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좋은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가지 보태고 싶은 것은 최저임금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것과 같은 역효과를 막을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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