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형식은 파격… 물밑선 치열한 기싸움

7일 미중 정상회담<br>넥타이 풀고 하룻밤 보내며 허심탄회한 대화<br>위안화 절상·TPP 양보 등 대립서 협력 모색도

전세계의 이목이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 집중되고 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첫 주요2개국(G2) 정상회담은 '노타이미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유로운 형식이다. 하지만 해킹 문제나 무역갈등 등 양자 간 현안은 물론 북핵,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국제질서를 둘러싸고 물밑에서는 G2 간 자존심 싸움에 신경전도 치열하다.


이틀간 이뤄지는 이번 정상외교의 형식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관례대로 각본에 따라 이뤄지는 정상회담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번 회담의 성격에 대해 백악관은 만남을 의미하는 미팅(meeting), 중국 외교부 역시 '회오(會晤)'라고 밝혔다. 회오는 '회견' 또는 '만남'이라는 뜻으로 외교용어로는 정식 회담이 아닌 지도자 간 약식만남을 의미한다. 시 주석의 전임인 후진타오나 장쩌민 전 주석 시절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외교 형식이다.

정상회담도 백악관이 아닌 '서부의 캠프데이비드'로 불리는 서니랜즈에서 열린다. 이들은 셔츠 차림으로 민감한 현안을 논의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서 내밀한 얘기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파격적인 외교형식을 띠고 있지만 G2 간 기싸움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을 미국의 턱밑에 있는 트리니다드토바고ㆍ코스타리카ㆍ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3국을 먼저 방문한 후 귀국하는 길에 미국에 들르는 일정으로 잡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G2로서 미국과 함께 국제질서를 주도한다는 자존심을 내세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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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 주석은 미국방문일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멕시코 상원연설에서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경구인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을 화두로 꺼냈다.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 경구를 언급한 시 주석은 이어 '평등한 양국관계'를 강조하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G2로서 새로운 대국관계를 형성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잔뜩 자존심을 내세운 중국을 의식한 탓인지 오바마 대통령도 정상회담 직전까지 서니랜즈로 가지 않고 노스캐롤라이나 무어스빌에서 강연한 후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회담 직전에 도착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기싸움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경제관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이번 정상회담이 G2 간 경제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 중국 담당 경제분석가는 "최근까지 미중 지도자 간 회담에서는 중국 측이 승리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중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그런 분위기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첨예한 경제 이슈인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잠정보류 대상으로 삼았고 중국은 대립각을 세웠던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미중 경제협력의 분위기를 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력 분위기가 양국 간 투자확대와 무역자유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경제관계를 조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겸 코넬대 교수는 "현재는 미국이 중국의 개혁과제를 지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때"라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조언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 의제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강행 등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정세에 대한 G2 정상의 논의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미중 간 암묵적인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는 가운데 이번 회담의 가장 뜨거운 의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최근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보낸 메시지를 전달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향후 대응방향을 미국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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