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 한국서 흥행 성공여부 "글쎄요"

스펠링비·제너두·금발이 너무해 등 잇따라 무대에<br>무분별 수입에 일부는 제작단계부터 투자 '위험 불씨'<br>해외대작 연이은 실패땐 공연계 침체로 이어질수도

헤어스프레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위)
제너두, 스펠링비(아래)

미국 브로드웨이의 최신 뮤지컬이 국내에 무분별하게 쏟아지면서 흥행 실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제작사들이 현지에서 유명한 콘텐츠라는 이유로 비싼 돈을 들여 마구잡이로 수입하지만 국내에서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공연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관광객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시장에서 속도전 치르듯 ‘최신작 빨리 소개하기’는 흥행 측면에서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제작비가 수십 억 이상 들어가는 해외 대작들이 실패할 경우 제작사들에 재정난을 몰고 와 결국 공연계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브로드웨이 무대 오르면 국내 계약부터= 지난해 국내 무대에 오른 뮤지컬 ‘스펠링비(Spelling Bee)’, ‘헤어 스프레이(Hair Spray)’에 이어 ‘제너두(Xanadu)’가 현재 공연중이다. 내년에는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과 ‘금발이 너무해’가 국내에서 선보이고 2010년에는 ‘빌리 엘리어트’가 개막한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이는 29개 뮤지컬 가운데 12개 작품이 국내에 소개됐거나 공연될 예정. ‘인어공주’,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등 국내 공연 일정이 잡히지 않은 뮤지컬들은 개막한 지 1년 내외의 작품으로 영국 런던을 포함한 주요시장 공연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작품들. 이 점을 고려하면 2년 이상 숙성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대부분 국내에 들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해외 작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뮤지컬 시장이 팽창하면서 국내 공연제작사가 많이 생겨났기 때문. 신생 제작사로서는 창작보다 잘 알려진 해외 대작을 소개하는 게 흥행면에서 유리하다. 여기에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해외여행, 어학연수 등을 통해 해외 뮤지컬을 직접 경험하면서 해외 대작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상황. 특히 최근에 일부 국내 제작사들이 해외 뮤지컬의 제작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수입주기도 짧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4월 미국 뉴욕에서 선보인 ‘금발이 너무해’는 국내 공연제작사 PMC가 지분을 투자한 작품. PMC는 내년 4월 이 작품을 국내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작품 흥행 장담 못해…국내 시장 침체 가능성도= 올 초 공연한 ‘스펠링비’는 4개월 장기 공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적자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국내에선 생소한 ‘영어 철자맞추기 퀴즈대회’를 소재로 한 뮤지컬인 까닭에 일반 관객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했다. 지난 9월 개막한 ‘제너두’는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성적이 좋지 못하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 김희철 등을 동원한 스타마케팅,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멜로디가 강한 음악 등 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현재 반 정도 밖에 차지 않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미국 고유의 문화, 언어, 역사를 담은 작품을 무작정 수입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뮤지컬 ‘올슉업’처럼 국내에서 재창조되고 한국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해외 대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뮤지컬 시장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점.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6개월 공연에 제작비 40억 원, ‘금발이 너무해’는 2개월 공연에 2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계획이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 차기 작품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관광 수요가 큰 나라와 달리 시장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해외 대작들이 연이어 실패하면 시장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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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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