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단편적 양극화해서 안된다

양극화 해소 문제가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으며 현 정부와 정치권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로 대두됐다. 현재 양극화 문제는 주로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고소득층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 이를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해결책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경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동서의 양보 없는 대립과 갈등도 사회의 양극화로 봐야 하며 O사모와 이를 반대하는 모임의 대립도 양극화의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양극화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ㆍ사회ㆍ문화ㆍ교육을 망라하는 모든 분야에 존재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생각은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명확하고 한쪽 편에 서 있으면 다른 편을 경쟁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원수인 양 극한적으로 대립하며 공존을 거부한다. 또한 양극화는 우군과 적군으로 나누어져 흑(黑)과 백(白), 전부(全)와 전무(無), 승리(勝利)와 패배(敗北)와 같은 개념에서 출발한 극렬한 대립 구도이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컬러사진을 찍지만 지난 70년대까지는 흑백사진이 주종을 이뤘다. 태양 아래 천연색 자연 풍경이나 사물을 흑백으로 변환하면 실제로는 진한 검정부터 밝은 흰색까지 그 사이에 무한 단계의 계조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를 카메라, 흑백 필름을 거쳐 인화지에 흑백사진으로 나타내면 검정과 흰색 사이에 단계의 구별이 가능한 몇 개의 중간 계조가 나타난다. 중간 계조가 많은 사진일수록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깊이가 있고 편안해 보이는 최상급의 흑백사진이 된다. 이는 사진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인 태양광의 상태, 카메라, 필름, 인화지와 인화 기술이 모두 좋을 때 나타나는 복합적인 결과이다. 이 요소 중 몇 가지가 좋지 않을 때 인화된 사진은 무거운 회색조의 사진이 되고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고 활력이 없으며 불안감을 주는 나쁜 사진이 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대립되고 힘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선이 강할 때 역광으로 사진을 찍으면 진한 검정과 밝은 흰색만 나타나는 실루엣(silhouette) 사진이 된다. 또한 힘없는 회색조의 사진을 필름 현상과 인화 단계에서 화학적인 처리로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 사진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런 사진은 처음에는 힘 있는 사진으로 보기 좋으나 시간이 지나면 깊이가 없어 별로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 중급의 사진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양극화로 인해 진한 검정과 밝은 흰색, 극과 극이 서로 강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중간 등급의 사회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능력이나 노력에 관계없이 똑같이 소득을 분배해 개인간의 차이가 없는 사회, 모든 사람의 의견이 하나로 통일된 사회, 즉 대립과 갈등이 없고 양극화가 없는 사회는 회색조의 사진과 같이 활력이 없는 발전이 없는 나쁜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단편적인 양극화 해소 방안은 주로 진한 검정에서 검은색을 덜어내 덜 검게 하고, 밝은 흰색에 검은색을 첨가해서 회색으로 만들자는 것으로 느껴지며 이러한 회색조의 사회는 사진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쁜 선택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는 진한 검정색과 밝은 흰색이 있으며 그 사이에 무한한 계조가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즉 양극 사이에 무한히 많은 단계의 중간층과 이들의 의견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수많은 계층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흑백사진에서 광선 조건-카메라-필름-인화지-인화 기술이 조화를 이루듯이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문화에서 중간 계조가 많이 만들어 질 수 있는 복합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하며 이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 정부의 제일 큰 숙제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양극화는 모든 분야에서 해소돼야만 하고 해결책은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찾은 방법을 조화롭게 통합하는 일이지 한두 가지 단편적인 해결 방안만으로 침울한 회색조의 사회를 만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는 사진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의 오묘한 색깔을 인위적으로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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