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되기까지

■글로비시(로버트 매크럼 지음, 좋은책들 펴냄)


베이징의 주요 대학 중 하나인 중국인민대학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소나무 그늘 아래 일명 '잉글리시 코너'에 모여앉아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천안문 사태부터 할리우드 영화까지 화제는 다양하다. 외국어 구사가 능숙하지 못한 기초 그룹의 학생들은 영어 문장을 한 줄씩 큰소리로 따라 읽으며 영어를 배우고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한껏 고양돼 있는 이들의 공통된 목적은 오직 하나,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는 의지 뿐이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풍'은 중국 뿐만 아니다.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일부를 반복해서 외우며 영어를 공부한다. 한국도 두말 할 나위 없다. 오늘날 인터넷의 80%는 영어로 표현되며 전세계 인구 중 약 40억 명, 그리고 지구상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영어는 어떤 형태로든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옵서버'지의 부편집장인 저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영어의 세계적 영향력을 살펴보며 영어의 초기 역사에서부터 영국과 미국이 영어를 대중화시키고 현대화시킨 과정,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한때 로마의 식민지였던 북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영국의 '영어'는 윌리엄 캑스턴 같은 인쇄업자부터 처칠 같은 정치가, 셰익스피어 같은 문학 천재, 문장가의 리더십을 갖춘 마크 트웨인 등의 활약 아래 발전을 이어왔다. 그리고 영국의 제국주의가 세계로 뻗어나갔다. 오늘 날에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글로벌과 잉글리시의 합성어인 '글로비시'의 확산을 더욱 촉진한다. 극동 아시아의 수출 가공 지역, 방콕과 상하이의 노동 착취 공장, 한국과 일본의 대형 할인마트 등 어디에서나 영어의 활용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디어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랍의 방송사인 '알자지라'는 몇몇 시사 뉴스를 다룰때 영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2008년 8월 그루지야 위기 당시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능숙한 영어 실력을 활용해 "러시아라는 거대한 곰이 작고 평화로운 그루지야를 공격했다"는 정치적 발언을 내보내 해외 언론의 보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교묘하게 대응했다. 저자는 이 같은 영어의 보편화를 언어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보고 있다. 영어와 영미문화가 특수성을 넘어 세계인의 인식에 깊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영어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오늘날 지배력을 발휘하는 미국 문화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고 나면,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왔는지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필경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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