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혁신자 협력 없인 최초·최고 될 수 없다

■ 혁신은 천 개의 가닥으로 이어져 있다 (론 애드너 지음, 생각연구소 펴냄)


혁신의 핵심은 최초가 아니다. 혁신의 성공 여부는 다양하게 연결돼 있는'혁신 생태계'를 얼마나 잘 인지하고 있느냐가 결정한다. 10년 간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근본 원인을 연구한 저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모세혈관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는 비즈니스 세계의 의존관계, 즉'혁신 생태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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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3세대 이동통신)기술이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널리 확산, 스마트폰 산업이 호황기를 맞는다. 그러나 이 혁신적 제품을 최초로 만든 이가 애플이 아니라 노키아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1999년 무렵 이동통신 시장 왕좌를 지키던 노키아는 삼성, 소니, 모토로라 등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경쟁 기업들이 등장하자 새 수익원 확보를 위해 3G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002년 노키아는 마침내 세계 최초로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초는 의미가 없었다. 출시 직후 3억 대 이상의 단말기가 판매될 거라 예상했던 노키아는 끝없는 쇠퇴의 길을 걷는다. 혁신 생태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성 통화뿐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해 음악,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성공하려면 단말기 제조사와 함께 혁신을 일으킬 산업 파트너, 즉 통신사업자와 망 제공자,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들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점을 잘 이해한 애플은 단말기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노키아는 단말기 개발에만 매달렸을 뿐 혁신의 전체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단말기만 있을 뿐 이를 상용화할 몸통 서비스가 부재했던 노키아는 3G 서비스가 한창 무르익을 2008년 무렵에야 뒤늦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를 빗대어 저자는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공동 혁신자들의 참여 없이 최초,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경고하며 "나만 잘하면 된다는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혁신 공식에서 벗어나 혁신을 생태계 관점에서 보고 그 안에서의 역할을 재정비할 것"을 제안한다. 소비자에게'최초'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책은 보다 나은 해결책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강조하며'혁신 생태계'를 바로 읽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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