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왕따' 초등생…돌볼 사람이 없다

학교폭력 느는데 전문상담교사 턱없이 부족…당국은 예산 타령만


경기도 안양의 A초등학교 5학년인 B양은 지난 18일 학교를 결석했다. 이틀 전 B양의 휴대폰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손가락을 전기톱으로 자르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성 메시지가 와 B양이 불안해하자 어머니가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 B양의 어머니는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B양과 전혀 연관이 없는 한 젊은 여성이 받았다. 이동통신사에 의뢰해 발신자를 추적한 결과 협박 문자를 보낸 이는 B양의 같은 반 급우였다. 또래 아이들보다 몸집이 크지만 소심한 성격의 B양은 평소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아왔다.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가해자를 고소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담임교사의 설득에 못이겨 이튿날 딸을 등교시켰다. 담임교사는 "상담을 시작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전문상담교사도 없고 상담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신체폭행이나 집단 따돌림, 괴롭힘 등 학교폭력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을 상담ㆍ진단하고 대처할 전문 상담교사는 턱없이 부족해 교육당국이 위기학생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와 각 지역교육청 등에 배치돼 있는 전문상담교사는 총 711명으로 이 중 575명은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43곳, 고등학교 330곳 등에 배치돼 있고 나머지 136명은 지역교육청과 Wee센터ㆍWee스쿨 등에서 상담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 초ㆍ중ㆍ고 수가 1만1,160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전체의 5%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전문상담교사가 대부분 전문계고 등 중등학교에 집중돼 있고 초등학교에는 거의 배치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서울의 한 전문상담교사는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10명 중 6명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폭력피해를 경험한다"면서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바로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전국 고교에서 9만5,000여명이 집단 따돌림 등에 따른 학교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등 상담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내년에 새로 충원되는 전문상담교사는 전국을 통틀어 12명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시민들로부터 내년도 예산 편성 우선순위를 물은 결과 학생들은 곽노현 교육감의 공약 사항을 빼고 1순위로 전문상담교사 확충을 꼽았을 정도로 절실해 하고 있지만 무상급식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난 상태다. 곽 교육감은 교육감선거 당시 오는 2013년까지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눈칫밥 좀 먹는다고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지만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그 후유증이 평생 간다"면서 "교육감이 진정으로 학생인권을 생각한다면 전문상담교사를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상담교사를 확충하는 데 인색한 것은 교과부도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내년에 진로진학지도 상담교사 1,000명을 고교에 배치하기 위해 신규 임용인원을 400명가량 증원하면서도 전문상담교사 확충에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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