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야 대표와의 生生 토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민생문제엔 당리당략 떠나 적극 협력하겠다



18대 국회가 여대야소 구도로 출범하면서 야당의 변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을 의석 수 대결로 견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야당은 국민의 사랑을 되찾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민심을 읽는 것. 대결보다 대화하는 것. 정치 구태에서 벗어나는 것. 간판 야당인 민주당이 거듭나야 할 방향이다. ‘소통의 달인’ ‘화합의 마술사’라는 평가를 받는 정세균(58ㆍ사진) 민주당 대표와 만나 제1야당의 진로를 들어봤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정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국민들이 좋아하고 만나고 싶고 아껴주는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우선시하겠다”며 “여ㆍ야ㆍ정 협력관계와 대화가 빨리 열리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의) 경제 살리기, 민생 문제에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며 지난달 공개를 제안했던 ‘여ㆍ야ㆍ정 원탁회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4조9,000억원 추경예산 편성 요청에 대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추경이 필요하다”며 “추경 편성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추경안의 각론에 대해 “내용은 손 봐야 한다”며 “상당액을 한국전력공사나 가스공사 같은 곳에 지원하는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신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정부 내각의 역량에 대해 “수준 이하”라고 평가한 뒤 특히 “경제팀과 외교안보 라인은 빨리 파면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에 대해 “겸손해지지 않으면 야당의 협력을 얻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 Q: 추경 4조 9,000억 편성에 대해?
A: 반대 않지만 한전등 지원은 신중해야
-18대 국회 전반기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민생 문제가 제일 심각합니다.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아주 어렵습니다. 그런 문제를 국회가 제대로 잘 좀 관리해 서민생활이 안정되도록 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여대야소 국회에서 건전한 견제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지난 총선거에서 당선된 의석 수가 적어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 국회라는 곳은 의석 수가 중요하니까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합니다. 야당 스스로의 힘으로는 잘 안 되고 국민들을 등에 업고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매우 저조합니다. 이는 야당에 호재인가요 악재인가요. ▦정치하는 입장에서는 당리당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래도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거가 임박했을 때 정부가 죽을 쑤면 좋았겠지만(웃음), 지금은 좀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야당도 국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Q: 물가 문제는 어떻게?
A: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해 안정시켜야
-영수회담을 제안해 국정위기 해법을 마련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미 여ㆍ야ㆍ정 원탁회의를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을 한 지 한달 가까이 됐습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성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 살리기, 민생 문제에 적극 협조할 생각입니다. -한나라당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한나라당은 153석에서 172석으로 숫자가 늘어나면서 태도가 바뀐 것 같습니다. 153석일 때는 최소한의 겸손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좀 오만해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거꾸로 가야 합니다. 의석 수가 과도하게 많을수록 겸손해지지 않으면 절대 야당의 협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물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임금이 안정되지 않고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환율정책이 잘못됐다고 우리가 지적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관세는 잠시 유예하고, 장기적 과제가 될 수 있겠지만 유통구조 같은 것도 혁신하고 탄력세율을 적용할 것은 적용해야 합니다. -정부가 4조9,000억원의 추경예산 편성을 요청했습니다. ▦추경은 내용을 보니 손을 봐야겠습니다. 옛날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 주장하던 식으로 하면 지금 추경은 (편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입장이 아닙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추경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너무 실질적인 성과도 없이 그냥 생색내기에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또 상당액을 한전이나 가스공사 같은 데 지원하는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좀 신중해야 합니다. 추경 편성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데 그 내용은 꼼꼼히 따져 실질적으로 필요한 적재적소에 예산이 배정되도록 할 것입니다. Q: 경직된 남북관계 해법은?
A: '과거 10년' 전면부인은 옳지 않아
-이명박 정부 내각의 역량을 평가해주십시오. ▦수준 이하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내각이 총사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개각은 생색만 내고 끝났습니다. 그런 데서부터 정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것입니다. 어떤 액션이 있었으면 거기에 걸맞은 후속조치가 있어야 신뢰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참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반적으로 국정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지만 경제팀이 형편없다는 것 아닙니까. 외교안보 라인이 남북 문제나 독도 문제나 한미관계에 대해 하는 것을 보면 이건 더 형편없습니다. 경제팀과 외교안보 라인은 빨리 파면해야 됩니다. 그리고 지금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쪽이 방송통신위원장입니다. 그래서 방통위원장, 지난번에 촛불문화제를 과잉 진압한 경찰청장 등 꼭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빨리 책임을 묻는 것이 옳습니다. -한승수 총리의 역량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권한을 주지 않고 대통령실이 독주해서 실력발휘할 시간이 없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총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독도에 가니까 보이더군요(웃음). 취임할 때 에너지 외교를 그쪽(총리)에다 맡긴다고 했는데 총리 역할이 그런 데로 치우치는 것은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총리는 국정 전체를 보좌, 통할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원래 헌법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습니다.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우선 시기가 아닙니다. 국민들 모두가 ‘민생 좀 돌봐라. 너무 먹고 살기 힘들다. 일자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지금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둘째로 현재 의석분포가 지나치게 보수에 편중돼 있습니다. 당리당략적 접근은 절대 안 됩니다. 개헌은 그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고 헌법을 손질해야 하는 것인데 보수세력이 압도적이라 해서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세번째로 불행하게도 아직 정치권에 대한 신뢰의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 논의는 일단 학계나 언론계ㆍ시민사회에서 활발하게 해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태로 대북정책이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남북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인) ‘비핵ㆍ개방3000’은 선거 때 공약했으면 이제 잊어버리고 지난 10년간 민주정부가 이뤄놓은 남북관계의 성과를 승계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아마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문제점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정도만 손을 대면 되지 전면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 남북관계는 없다고 봅니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 방안이 8월 중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바람직한 공기업 개혁방향은 무엇일까요. ▦현정부가 집권 초기에 마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감사가 전리품인 것처럼 마구잡이로 다 자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공기업이 전부 숨소리도 못 내고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공공 부문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주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지요. 공기업은 또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차질이 없도록 잘 만드는 것이 공기업 개혁의 핵심이라 봅니다. 사장 자르고 감사 바꾸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접근부터 잘못됐다고 봅니다.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혼자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독선적이거나 끌고 가는 리더십이 아니고 민주적이고 여러분들의 힘을 모으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지금 청와대가 독주하고 있습니다. 그런 국정운영으로는 중요한 일을 놓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앞으로 지방선거가 있고 그 후로 또다시 총선ㆍ대선이 있습니다. 당 차원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로드맵은 무엇입니까. ▦1만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 대비해 출마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가진 인재가 넘쳐야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내부인재를 발굴하고 영입 등을 통해 인재를 좀 충분하게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재를 확보한 뒤 그들을 잘 교육시키고 정책으로 무장시켜 2010년에 (지방선거에서) 꼭 승리하겠습니다. -정 대표는 평소 스스로를 ‘진촌(무진장 촌사람)’이라고 소개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촌인 정 대표가 어느새 4선 의원이 되셨고 정치무대의 중앙에 섰습니다. 정치인 정세균의 꿈은 무엇인지요. ▦‘진짜 촌놈’이(웃음) 진촌인데 어릴 때 생각을 하면 항상 목이 멥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저 혼자 잘되고자 했던 것이 아닙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했는데 어느덧 당 대표가 돼 있습니다. 저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좀 더 국민들이 좋아하고 만나고 싶고 또 아껴주는 그런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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