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업단지 "일손이 없다"

굴뚝경시에 벤처열풍…젊은이들 외면산업단지(공단)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 있던 사람도 공단을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중소기업이 많이 모여 있는 인천 남동공단, 안산·시흥시의 반월·시화공단에서 심각하다. 일부에서는 벤처붐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대박소식에 사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환경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월급이 작고 복지혜택도 미미한 중소기업에 누가 가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근로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한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력난은 정보통신, 인터넷 분야의 벤처기업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공단과는 그 입장이 사뭇 다르지만 이들 벤처기업 역시 엔지니어, 재무담당 등 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단과 테헤란로에 있는 서울벤처밸리의 인력난을 점검했다. ■산업단지 만성적 인력난 「사람을 찾습니다.」 산업단지(공단) 인력난이 심각하다. 공장가동율이 84%까지 올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고 안도했더니 이제는 이 추세를 계속 끌고가 줄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관련기사[산업단지 인력난] 어느 중소제조업체의 하소연 [산업단지 인력난] 벤처업체도 인력난 인천 남동공단에서 통신기기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신아정보통신(대표 이상근). 경리직원 한사람이 회사를 떠난데다 수주물량이 늘어나면서 경리직 2명을 구하고 있지만 벌써 2달째 세월만 보내고 있다. 직원 33명을 둔, 남동공단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데다 통신부품이라 작업환경도 나은 편이지만 도대체 문의전화조차 없다. 회사 관계자는 『고졸이상 상업이나 경영을 배울 사람을 찾고 있다』며 『혹시나 해서 한국산업단지공단 본부에 지난 1월4일날 구인신청을 냈지만 아직도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공단안에서 전자제품을 만드는 SM전자(대표 한두현)도 상황은 마찬가지. 생산관리 대리급과 수리기사 3~5명을 새로 채용하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공업계고등학교 출신이나 공업전문대 졸업생이면 금상첨화고 전공이 틀리더라도 회사에서 일을 배우겠다는 열의만 있으면 관계없다지만 젊은청년 구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사정들은 공단내 구인구직을 알선하고 있는 공단본부 취업알선센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람을 찾는 회사들이 작성해 놓고간 구인표가 110여개나 쌓여 있지만 「알선완료」라는 빨간 도장이 찍힌 서류는 3개 정도다. 취업알선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경영지원팀 황호림과장은 『하루에 구인표를 작성하고 가는 회사가 10~15개 가량 된다』며 『구직자도 비슷한 규모로 찾아오고 있지만 제대로 알선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동공단 주변에 있는 실업계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50명되는 한반 학생들중 제조업체 취직을 원하는 비율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며 『저임금에 다 3D업종인 중소기업에 미래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겠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물론 남동공단은 전국 25개 공단가운데 가장 사정이 안좋은 지역이다. 종업원수 20인미만의 영세한 기업들이 많아 젊은층에 인기가 없다. 영세하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혜택이 작다. 대체적인 임금수준이 월 65만~70만원 가량에 상여금 400%가 대부분이다. 공단이 외진곳에 있으면서도 전철이 없어 자기 차가 없다면 찾아가기도 불편하다. 이런 점들이 남동공단의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黃과장은 『인력난의 근본적인 이유는 전통 제조업을 경원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라며 『벤처붐도 소외감을 심화시키기는 했지만 그것을 탓하기 보다는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작더라도 독자기술을 가지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거나 서로 뭉쳐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 걸쳐있는 반월·시화공단. 지난 1월말에 조사된 가동율이 85.8%이나 될 만큼 분위기는 활기차다. 공단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김은종과장은 『2년여의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생산·수출 모두 좋은 상태고 고용은 오히려 포화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역시 사람때문에 애태우기는 매한가지다. 남동공단과 다른점이 있다면 단순히 사람이 없다가 아니라 불균형상태라는 것이다. 고령의 취업희망자는 꾸준히 있지만 공장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젊은 사람들은 반대로 근로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하며 이직이 많다는 것이다. 큰 회사의 경우는 갈수록 고급인력이 필요해지고 있지만 벤처기업만을 원하는 분위기때문에 속이 타고 있다. 전동공구로 유명한 계양전기. 설립 24년인 상장기업인데다 종업원수 560명에 연간 매출도 1,095억원(1999년)에 달하는 비교적 큰 회사지만 전산실직원을 한명도 뽑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부채비율이 50%밖에 되지 않는 튼튼한 회사다. 공개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 쓸 수 있어 여유도 있다. 그렇지만 벤처열풍인지 뭔지때문에 적당한 지원자가 없어 전산실은 늘 허덕거린다.』 이 회사 장보성(張普成) 기획정보실장의 푸념이다. 서울 도심에 있어서인지 구로공단은 조금 나은 편이다. 공단차제가 지식기반의 첨단업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구인표철 두께도 남도에 비하면 절반이하다. 산단공 북부지역본부 취업알선센터 원정연씨는 『대기업이 많아 남동공단과 비교하면 업체수가 4분의1 밖에 되지 않는다』며 『조건이 까다롭지 않는 생산직은 대부분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채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元씨는 그러면서도 임금수준을 높여줘야 하는 부담때문에 40~50대 중장년층을 꺼리는 회사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초임이 싸다는 이유로 젊은사람을 찾지만 그들은 열악한 조건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곧 떠나는 경우가 많아 늘 사람찾는 광고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사람이 가지 않는다. 세상은 화려한 모습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시끄럽고 기름때 더덕더덕한 기계앞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자조섞인 목소리 뿐이다. 외국인을 쓰고 싶지만 하루 세끼 식사와 기숙사를 제공해야 하는 부대비용이 또 문제가 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고부가가치로의 업종·품목전환만이 살길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를 독려할 수 있는 산업단지 재배치계획을 만들어 세제혜택·자금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만이 만성적인 공단인력난을 풀어가는 열쇠라는게 이들의 주장 이다./ 성장기업부YKCHOI@SED.CO.KR 입력시간 2000/03/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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