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루키(Rookie)는 루키답게


요즘 뉴욕에 근무하는 국내 은행의 임직원들은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멀쩡히 거래해오던 한국계 기업이 하나 둘 일본계 은행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즈호ㆍSNBC 등 일본계 은행은 자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가 주춤해지며 영업기반이 약해지자 미국 시장에 신규 진출하거나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한국 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국내 은행으로서는 연 1% 포인트 이상 낮은 '덤핑'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는 일본 은행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사실 뉴욕에 진출한 국내 은행은 일본계 은행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국내 은행의 뉴욕지점이나 현지법인의 자산규모는 일본계 은행의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금융위기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가 지난해에야 1,000만~2,000만달러의 흑자를 간신히 올리며 회복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상태여서 공격적인 영업 확대도 힘든 실정이다. 회사당 인력도 현지직원을 포함해도 10여명에 불과하다. 증권사 지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물을 다루는 현지 펀드는 규모가 커지자 대부분 홍콩이나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거래한다. 한국 증권사의 주요 영업기반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사정이 나빠지자 임원급이던 지점장의 직급을 부장 이하로 낮추고 인원까지 줄이는 등 감량 경영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메카라는 뉴욕은 여전히 척박한 곳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열렸던 국민연금의 뉴욕사무소 개소식에는 평소 미국 언론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 쟁쟁한 월가의 거물들이 총집결했다.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씨티그룹을 기사회생시킨 비크람 판디트 회장,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그룹 창업자 등이 참석해 비춰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월가 인사들은 "세계 주요 연금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외환위기과정에서 콧대 높게 굴었던 월가도 이젠 한국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현지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ㆍ증권사와 거액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위상과 논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이든 월가의 생리는 냉정하다. 월가 거물들의 '립 서비스'에 우쭐해져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현주소를 차분히 짚어보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 자칫 '수업료'를 내게 된다면 이는 국민의 노후를 축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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