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대선주자들 대북관 밝혀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민적 논의의 필요성이 아직도 상당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민적 합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 역시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뤄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정상회담에 이어 계속될 대선과정은 이 같은 논의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모든 대선주자들이 자신들의 대북정책에 대해 명확하고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대북정책은 여전히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좌우되고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이름으로 그 정당성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다음 정권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선주자들이 어떤 대북관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논의하면서 국민의 평가를 받고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정치권의 반응은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여야 간 유불리는 물론 현재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인 야당 후보 간의 유불리까지 복잡한 셈법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잡고 있다. 범여권과 그 주자들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대선판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일제히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대선구도를 흔들려는 이벤트라는 부정적 반응 속에 당내 주자간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여권의 일부 주자들은 자신이 회담성사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시절 서해상에서는 군사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동해에서는 금강산관광이 진행됐던 장면은 남북관계가 얼마나 극적일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 같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남북관계가 제도화된 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권주자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자신의 비전을 밝혀야 한다. 범여권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DJ의 노선을 계승하겠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은 새로운 비전을 요구한다. 야당은 상호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핵문제가 있는한 평화정책은 한 발짝도 갈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원칙이 과연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현실적인 대안을 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7월 ‘한반도 평화비전’이라는 신대북정책을 제시했다. ‘선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에서 ‘비핵화, 교류협력 동시 추진’으로의 변화가 핵심적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지도부가 이를 채택했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당론으로 확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대선용이라고 폄하하지만 어쨌든 변화를 위한 논의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변화가 쉽지 않을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야당의 두 유력 대권주자 간에도 이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신대북정책의 입안을 주도했던 국회의원은 보수단체회원에게 계란세례를 받는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대북정책의 경우에는 상당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고 논쟁이 꽤 치열하게 전개됐다. 본질적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졌던 다른 정책분야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는 본선에서 이뤄질 여야 후보 간 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논쟁이 당파적 유불리를 앞세운 정쟁의 차원을 벗어날 수 있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한 단계 높이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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