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랜드마크의 꿈과 현실

건설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두바이로 가라는 말이 있다. 전세계 초고층, 최고급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바다 위에는 인공섬이 조성돼 말 그대로 ‘지도를 바꾸는’ 상전벽해의 대공사가 기운차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건설의 도시 두바이를 친환경론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했다. 오 시장은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는 물론 말로만 들어본 인공섬 ‘더월드’ 등을 직접 둘러보면서 두바이가 왜 창의와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게 됐는지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그 먼 두바이까지 가서 세계 최고층을 짓는 우리나라 건설업자들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건축물이 들어설 수 없을까, 무엇이 걸림돌일까 고민했을 법도 하다. 오 시장 역시 40대 젊은 시장으로 취임해 줄곧 서울이 창의적인 시정을 펼쳐야 하며 도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강조해왔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이 지나면서 그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도 절감했을 것이다. 달리는 두바이를 보면서 힘겹게 뛰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읽어냈을까. ‘버즈두바이’의 모습에서 용산 역세권의 초고층 빌딩이나 제2롯데월드 개발을 떠올리고, ‘더월드’를 보면서 서울숲 상업용지 개발이나 한강르네상스 사업구상을 다시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에 놓인 現실을 녹록지 않다. 당장 서울에서 랜드마크를 세우겠노라 나섰던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이런저런 규제로 두 손 두 발이 다 묶였다.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짓기 위해 힘을 모아도 벅찬 마당에 규제는 너무 많고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너무 크다. 물론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는 일부 업체들의 비도덕성까지 감쌀 수는 없다. 하지만 집값ㆍ땅값이 불안한 책임을 모두 민간이 떠안으라고 요구하는 現재 사회분위기에서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세계 최고층 빌딩이 태어나긴 요원하다. 오 시장은 ‘두바이 사람들의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오시장의 이번 방문이 서울의 미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도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현재 서울시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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