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모바일 헬스케어에 '제조업 규제' 적용하는 정부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날로그식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게 제조업과의 융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있는 모바일 분야다. 특히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의 각축장인 모바일 헬스케어 부문이 그렇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 '모바일 앱의 의료기기 해당 여부 지침'을 발표한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오는 산업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를 풀거나 완화해야 하는데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조업과 의료서비스업의 융합산업이라는 이유로 모바일 헬스케어 부문은 제조업 규제를 적용 받고 있다. 정부의 지침이 불명확하고 규제의 폭이 넓은 탓이다. 업계에서 수차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는데도 1년이 넘도록 함흥차사라고 한다. '복지부동의 전형'이라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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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 출시가 지연되거나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 의욕을 떨어뜨려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의료용이나 건강관리용 모바일 앱, 웨어러블 기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확실히 제시하는 규정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의 지속적인 규제완화 덕분에 애플·구글의 헬스케어 사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FDA는 2013년 모바일 의료용 앱의 허가대상 기준을 상세히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의료 보조기기·웰니스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산업발전 속도에 걸맞게 규제를 계속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도 의료와 ICT 융합 확대에 대비해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 차원의 육성·지원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는 소비자의 건강 문제와 연관되는 만큼 통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안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위험이 적다면 관련 규제를 신속하게 완화해야 한다.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인허가 과정을 연계해 신속한 제품 개발과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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