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21일] 천안함 발표 이후 위기관리

민군 합동조사단이 해저에서 수거한 파편자료와 군이 확보한 비밀자료 분석에 근거해 “천안함은 북한제 의뢰에 의한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수많은 억측과 가설이 난무했던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 의뢰에 의한 외부폭발로 밝혀짐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허의 혼돈으로 빠져들지도 모르는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한반도 긴장·경제 악영향 우려 천안함 사건은 한국 안보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과 연루됐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됨으로써 당분간 남북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남북갈등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확보됨으로써 유엔 안보리 회부와 제재, 테러지원국 재지정, 남측의 무력시위, 대북 심리전, 남북경협 축소, 북측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불허 등과 관련한 움직임으로 한반도 정세는 초긴장 상태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남측의 강경조치에 맞서 북측은 남북관계를 전면 동결하고 중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사태를 관망하거나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17일 군사논평원의 글을 통해 ‘북 관련설’을 부인했던 북한이 합조단 발표와 동시에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측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는 국방위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검열단 파견을 제안한 것은 남측 조사결과를 부정해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다. 또 다른 의도는 북의 공격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경우 수뇌부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5월3일자에는 북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미대화의 흐름에 근거해 올해 1월 당사국들에 새 협정의 체결을 정식으로 제안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북 연루설’은 평화협정회담을 제의한 수뇌부의 의향과는 전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강릉 잠수정 침투 때처럼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어떠한 시인도, 사과도 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 경우도 제시된 증거를 부인하면서 반발할 것이다. 검열단 파견 제의를 남측이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측은 이미 ‘과학적 방법’으로 원인을 규명해 발표했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군사정전위원회나 군사당국자회담 등을 통해 통보하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 사건은 한국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천안함 이전과 이후로 한국 안보의 패러다임이 바뀔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냉전시대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한반도에 국지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회복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또한 재래식 무기 문제가 정세를 지배할 경우 핵무기 문제 해결의 초점을 흐리게 할지도 모른다. 군사대응보단 외교적 접근을 이번 조사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남측 정부가 그동안 지속됐던 남북갈등의 모든 책임을 북측에 돌리고 군사대비 태세를 강화하면서 대북 강경정책을 유지해나갈 개연성이 높아졌다. 북측도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선다고 하면서 위기 수위를 높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해지고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 북한보다 수십배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남측이 잃을 것이 훨씬 많다. 군사적인 맞대응보다는 외교와 대화를 통한 위기관리에 주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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