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통계 마사지


이명박 정권의 통계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 불평등의 정도를 보다 정확히 반영하는 신(新)지니계수를 개발하고도 지난해 대선을 의식해 발표를 늦추고 내용을 일부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입을 다물고 통계청은 부인하는 모양새다. 누가 맞는지 여부를 떠나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여기에는 '통계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면'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자랑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는 인간의 본성에 속한다. 손자병법 36계 '수상개화(樹上開花)'편에는 자신을 부풀려 적을 속이고 승리를 따내는 '허장성세(虛張聲勢)'가 나온다. 동서고금의 주요 전쟁에서 전과(戰果)를 부풀린 대표선수는 단연 구 일본이다. 일본 대본영은 승전보만 과장해서 전했으나 결말은 패망이었다. 걸프전에서 미국도 내내 전투결과를 과장 발표한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역설적이지만 미 국방부가 발표한 통계에 대한 의문 제기가 승리로 귀결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검증은 이토록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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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계 조작에 관한 한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마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통계담당자가 '밤 하늘의 별도 재배열할 수 있는 게 통계'라고 말할 정도다. 한국은 반대였다. 대표적인 경제통계인 국민계정에서 1999년 '레벨 5'에 올랐다. 유엔으로부터 영국과 벨기에, 스페인보다도 높은 수준의 통계를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은행 출입기자로서 '한국은 통계선진국'이라는 기사를 쓰던 기억이 생생하다.

△통계는 집단의 현상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해석과 추정을 낳을 수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참가인원 추산, 피해자와 소방당국의 화재 피해액 산출, 파업 손실 추정 등이 그 사례다. 그래도 국가통계만큼은 예외다. 정책과 비전의 원천인 국가통계는 신뢰가 생명이다. 14년 전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통계의 일부라도 신뢰성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거꾸로 가는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말해준다. 전 정권이 임기 내내 부르짖었던 '국격'을 떠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시대다.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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