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비슷한 기풍의 두 사람

제1보(1~18)


박정상2단이 본선 1회전에서 왕밍완9단을 꺾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본선2회전에서 중국의 구리와 맞붙게 되자 검토실의 청소년 기사들이 다른 대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 바둑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박정상과 동문수학을 한 박영훈이 특히 열심이었다. 박영훈은 입단 이전에 박정상에게 유독 승률이 나빴다고 한다. 박영훈이 입단의 관문을 먼저 뚫자 박정상은 자존심이 상해서 몇 달 동안 입맛이 달아났었다고 한다. 이 바둑이 시작되기도 전에 박영훈이 말했다. “구리가 임자를 만났어요. 여러 면에서 박정상은 구리와 비슷합니다. 두터움을 배경으로 삼아 힘으로 밀어붙이는 기풍도 그렇고 과감한 착상, 승부처에서 몰아때리는 파괴력도 비슷합니다. 문제는 구리가 박정상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박정상은 구리를 잘 알고 있지요.” 쌍방이 힘바둑이지만 서반부터 힘자랑을 할 수는 없는 일. 구리는 일단 실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판을 짜기 시작했다. 흑13을 보고 검토실의 목진석6단이 고개를 갸웃했다. 목진석은 하루 전에 두어진 본선 제1회전에서 구리에게 패하여 탈락한 몸. 흑13으로는 참고도의 흑1로 걸치는 것이 올바른 돌의 흐름이라는 것이 목진석의 해설이었다. 백이 6으로 벌릴 때 흑7, 9로 압박하는 수가 유력하다는 것. 실전은 백14와 18이 좋은 수가 되어 일단 백이 편한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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