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 꼬이는 미국의 중동정책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시리아 반군 지원을 위해 5억달러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데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초당적인 환영입장을 나타냈다. 만약 오바마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3년 전에 취했더라면 시리아가 지금과 같은 내전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산이다.

미 정부, 시리아 내전 개입 본격화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시리아인들이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시작한 혁명을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 시리아 사태 개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시리아가 내전상태로 빠져들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실은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야말로 수십 년 전부터 아사드 정권의 반대편에 섰던 핵심세력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가 1970년 쿠데타를 통해 시리아 최초의 비수니파 통치자로서 권좌에 오른 이후 1970년대 말 시리아의 주요 도시에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창궐했다.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한 반정부 테러로 1981년에는 수도 다마스쿠스 한복판에서 200명이 죽는 대규모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했으며 1982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군은 부녀자를 포함한 1만~2만명을 살육했다. 이후 시리아정부는 수니파 무슬림형제단 반군을 상대로 전쟁 준비를 해왔으며 반군 역시 무력을 키워왔다.


시리아는 건국 초기부터 불안했다. 194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아사드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까지 미수에 그친 건을 합쳐 총 10건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1970년대 후반 이미 시리아는 수니파 이슬람주의자들과 나머지 종파로 찢어진 상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과 같은 이웃 중동국가들은 각기 자신의 종파에 따라 시리아 내 종파에 무기와 자금지원을 계속해왔다. 마침내 2011년 그간에 쌓여왔던 화약고가 터지면서 내전이 발발한 것이다. 정부 정보기관에 따르면 시리아에는 총 7만5,000~11만5,000명에 달하는 약 1,500개의 무장세력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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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제서야 1,500개에 달하는 반정부 세력을 조사해서 그중 온건파를 찾아내 지원하겠다고 한다. 행운을 빌 따름이다. 미국 정부가 시리아 사태 개입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은 이슬람국가(IS)세력에 대한 미국의 입장만 봐도 알 수 있다. IS가 이라크의 말리키 정부에 대항할 때 이들은 무자비한 공격을 받아 마땅한 미국의 적대세력이지만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순간 이들은 아사드 정권 전복이라는 미국의 목표를 함께할 동조세력이 된다. 이런 일관성 없는 전략을 가진 나라가 미국 말고 또 있을까. 수니파인 IS는 그저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정부와 싸우는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혹은 시아파 계열 정부는 이란과 헤즈볼라라는 중동의 시아파 세력을 뒷배로 두고 있다. 미국만 홀로 '착한 세력'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일관성 없는 美 전략 기름 붓는 격

이런 복잡한 중동 역사를 염두에 둔다면 3년 전 미국의 군사개입이 시리아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으리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이제 와서 미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자들을 찾아내서 아사드 정권과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맞서도록 돕고 시리아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오히려 미국 정부의 새로운 행동주의가 시리아 사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알립니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외교전문 언론인으로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유수의 미국 매체에서 프로그램 진행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WP와 제휴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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