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폐지된 경제부총리제도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키자는 주장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어 당ㆍ청 간 합의에 따라서는 실현될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는 경제수석이 사실상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을 최근에 단행한 터라 당장은 관망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의 개편이 뒤따라야 하고 경제수석과의 역할조정 등의 난제도 남아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일단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곳은 한나라당이다.
지난 25일 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친상 빈소를 찾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제부총리제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홍준표 원내대표도 한 세미나에서 경제부총리 부활론에 공감을 표시하며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부총리 형태로 운용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원로들의 모임인 한국선진화포럼은 더 나아가 ‘청와대 경제수석이 아니라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발표도 최근 내놓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에서 장관이 아닌 경제부총리로서의 조정기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쇠고기, 화물연대 파업 등 연이은 악재 속에 새 정부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2월 정부조직 개편 당시 제기됐던 ‘경제 사령탑인 재정부가 장관 부처로 격하되면 정책조정기능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여당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내놓은 발언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않다. 오히려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경제수석의 권한을 더 강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때문에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경제수석이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강 장관의 모친상 빈소를 찾은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모든 정책의 최종 결정은 청와대가 한다. 경제수석의 기능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해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에 무게를 싣는 인상을 줬다.
청와대는 다만 경제부총리 부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조직을 개편했고 또 부총리 부활은 정부조직법 개편과도 맞물려 있어 신중한 모습”이라면서 “그러나 정부의 조직개편과 관련해 고민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부는 부총리제 부활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 반색하는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책 전반의 조율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장관보다는 부총리가 더 낫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